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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2020년 09월 18일(금) 00:00
“복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온통 물러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것이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는 잔잔한 위로를 준다. 비록 어떤 일에 실패했을 지라도 삶에서 실패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설은 1999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인 초등생 이영초롱이 남동생 대신 고모에게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고모는 제주 본섬에서도 한번 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에서 산다. 이영초롱은 자신이 서울에 남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적은 제안서까지 써서 부모에게 호소하지만 절망적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고리섬에서 며칠을 보내다 이영초롱은 어느 날 또래 여자아이 ‘복자’와 마주친다. 당차고 씩씩한 복자는 섬에 들어왔으면 할망신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할망당으로 안내한다.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무심한 듯 다정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장면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그동안 평단의 지지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받을 만큼 인정 받는 작가다.

이번 장편 ‘복자에게’ 또한 그렇게 두 초등생 만남을 통해 전개된다. 시간이 흘러 이영초롱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지만, 법의 엄정한 언어가 개개인의 세세하고 애달픈 사연을 평면화해 버린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낀다. 제주 법원으로 징계성 발령을 받은 이영초롱은, 어느 날 유년의 장소에서 복자와 재회하게 된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복자는 거대한 불합리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중이다. <문학동네·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