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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시간표
2020년 07월 31일(금) 00:00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독일의 철학자 칸트(1724~1804)는 가죽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느 날, 칸트는 일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아버지, 이것 좀 봐주시겠어요?” 아버지는 칸트로부터 종이를 받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종이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들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저는 이제부터 집에서도 학교에서와 같이 시간을 정하고 그대로 실천하겠어요.”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대로 실천을 할 수 있겠니?” “꼭 그대로 하겠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칸트는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산책, 여섯 시에 학과의 예습, 일곱 시에 아침 식사, 여덟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는 학교생활, 학교에서 돌아오면 세 시까지 몸을 씻고, 다섯 시까지는 복습, 여섯 시까지는 어머니의 심부름, 여섯 시에 저녁 식사, 일곱 시부터는 아버지의 피세공 심부름, 아홉 시에 독서와 일기 쓰기, 열 시에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칸트가 과연 이 시간표대로 일과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였지만 칸트는 조금도 어기지 않고 꾸준히 지켜 나갔다. 훗날 마을 사람들은 칸트가 산책 나가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한 칸트는 훗날 세계적인 철학자가 되었다. 계획은 세우기도 어렵지만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은 더 어렵다고 한다. 원불교 대산종사(김대거, 1914~1998)께서는 “계획 세워 큰일을 할 때 에는 천(天)·지(地)·인(人)이 합해서 되는 것이니 항상 선후를 보아서 순서 있고 여유 있게 처리하라. 대종사(원불교 교조, 1891~1943)께서는 영산 방언공사를 할 때 한 달 전부터 ‘모든 생령들은 다 자리를 옮겨 가거라.’ 하고 미리 통보해 다치지 않도록 하신 일이 있나니, 여기에는 만 생령을 하나도 빠짐없이 제도하기 위한 성자의 큰 뜻이 담겨 있느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공사(公事) 중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나니, 일을 할 때에는 열 가지 계획을 세워두고 첫 번째가 안 되면 두 번째, 두 번째가 안 되면 세 번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항상 여유를 가지고 법 있고 순서 있게 처사하라”며 여유에 대하여 말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병행 수업, 교차 수업, 등하교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계획 있는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되었다. 팽팽한 긴장 속에 혼란했던 학교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니 마음마저 여유가 생긴다. 물론 학원 수업이다 과외다 하여 학과 공부에서 완전히 떠나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방학은 기다려지고 기다린 만큼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기는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방학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쉬고 즐기다 보면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학교에 다니던 때보다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절도 있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건강이 좀 약한 학생들은 운동을 해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고학년일수록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렇듯 계획을 세워 실행할 때 주위 사람들은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한다고 하여 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동의 제한은 있겠지만 방역 수칙을 잘 지켜서 가능하다면 3~4일 정도는 공부와 완전히 떠나 타지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든지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휴식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하다.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고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했다. 집 한 채도 몇 백년 걸려 짓는 집이 있듯이 우리의 인생의 역사는 길게 보고, 그러나 촘촘히 이어가야 한다. 아직 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실행 가능한 계획들을 세워서 실속 있게 보내고 관심과 칭찬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지켜 나가는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