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해먹과 책 읽기
2020년 07월 30일(목) 00:00
가끔 외국 여행을 할 때면 특색 있는 벼룩시장을 들르곤 한다. 이름난 곳도 좋지만, 우연히 만난 벼룩시장에서 ‘발견의 즐거움’을 누릴 때는 특히 기분이 좋다. 벼룩시장엔 진기한 물건들이 많아 구매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짐이 될까 봐 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꼭 갖고 싶었지만 계속 이동해야 하는 여행이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해먹’이었다. 여러 가지 색색깔의 아름다운 그물로 만들어진 멋스러운 그 해먹을 수십 번 만지작거리다 결국 두고 나왔었다. ‘달아매는 그물 침대’인 해먹(hammock)이 발명된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마야 인디언들이 기원전 1000년경 발명했다는 설이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해먹’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때의 해먹이 떠올라 다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는 카페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잔잔한 음악을 들으니 ‘힐링’이 따로 없다고 했다. 집 베란다나 거실에 해먹을 설치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책을 읽는다는 사연도 있었다. 얼마 전 시골집에 해먹을 설치했다는 아는 이의 이야기도 떠올라 부러움은 더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10년간 1048개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 중 대출이 가장 많은 때는 여름휴가 철인 7~9월이었다. 휴가 기간 중 가장 많이 빌린 책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였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정유정의 ‘7년의 밤’이 뒤를 이었다. 모두 한번 잡으면 단숨에 읽히는 책들이다. 여행 책으로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이 순위에 올랐다.

빅토리아 여왕은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꼴로 한 달가량의 유급 독서 휴가를 주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다섯 편을 정독한 후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휴가’(shakespeare vacation)다. 코로나 시대의 여름휴가는 여느 해와는 달라질 듯하다. 흔들리는 해먹 위에서, 혹은 그 어디에서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벗 삼아 나만의 ‘독서 휴가’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