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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과 내면의 초상을 만나다
조인호 평론가가 본 수영대회기념 청년작가14인전 <상>
고차분 -‘집’이 주는 정겨움
김춘수 - 긴장 속 당당함 ‘위트’
윤준영 - 불확실한 사회 불안 묘사
이인성 - 인생의 바다를 건너가다
정승원 - 판화에 담은 담백한 일상
8월 5일까지 금호갤러리
2020년 07월 28일(화) 00:00
고차분 작 ‘여름 휴가’
광주일보사가 주최하는 ‘DEEP DIVE INTO YOU’(8월5일까지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 전시는 ‘2019광주국제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폐막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지난 여름 대회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가선수, 시민들의 추억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을 모두 함께 되새기자는 기획전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역경 속에서 시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무탈하게 잘 극복해 가자는 응원도 담겨있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 DIVE INTO PEACE’라는 지난해 대회 슬로건과 결을 맞췄던 ‘ DEEP DIVE INTO YOU’ 전시명은 그대로 쓰고, 30대 주축인 14명의 참여작가 가운데 10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시 초대했다. 대회의 지속효과와 함께 이들 청년작가들도 함께 성장해 가자는 기획의도이다. 그러면서 수영대회 기념전이지만 ‘수영’이나 ‘물’과 같은 주제설정이나 특정한 틀을 두지는 않았다. 그런 만큼 출품작들도 소재나 매체, 표현형식에서 일정한 틀거리 없이 동시대 사회적 관점과 예술세계들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펼쳐놓았다.

전시성격상 ‘물’과 연관된 작품들을 먼저 찾자면 고차분, 김춘수, 윤준영, 이인성, 정승원의 경우다. 물론 이들 작품에서 물은 일상세계이기도 하고, 현상적 소재만이 아닌 삶의 비유나 내면을 드러내는 심리적 매개물로 차용되어지기도 했다.

김춘수 작 ‘다이빙’
가령, 김춘수의 ‘다이빙’(2020)은 높직한 스프링보드에 올라선 푸른 비키니의 여인상이다. 위태로울 수도 있는 높고 비좁은 보드 위에서 풍만한 몸매로 팔을 들어 올려 몸을 푸는 포즈는 긴장 속에서도 당당함과 여유를 보여주는 위트 있는 작품이다.

정승원 작 '양동시장'
정승원의 ‘Swimming Pool’(2020)은 실내 수영장 풍경을 단순화시킨 실크스크린 판화다. 각자의 자세들로 수영을 즐기면서 풀장 한쪽에서 쉬거나 샤워하는 모습 등등 흔히 볼 수 있는 생활풍경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 사랑을 담은 마음의 치유 선물이 일러스트처럼 밝고 담백한 표현들에 담겨져 있다. ‘비키니 베를린’(2019)나 ‘양동시장’(2017) 등도 정승원 특유의 삶의 풍경 묘사들이다.

또한 고차분의 ‘여름해변’과 ‘여름휴가’(2020)는 이즈음의 해변풍경을 색면추상처럼 단순화시켜 표현한 연작이다. 백사장과 수면공간의 비율이 달리 적용되긴 했지만 넓고 간결한 채색, 잔잔히 비치는 붓질 흔적들, 피서객들처럼 백사장을 점점이 채운 기호 같은 집들은 삶에서 ‘집’이 갖는 복합적 의미와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 주관적 해석으로 평온하고 차분한 정겨움을 보여준다.

이인성 작 ‘돌아온계절-아버지의선물’
이들과 달리 물이 인생이나 삶의 무대로 비유된 작품들도 있다. 이인성의 ‘여름날의 수확’(2020)은 인생이라는 바다에 잠수하여 삶의 목표와 가치들을 건져 메고 뭍으로 올라서는 자신의 내면초상이다. 청년기의 번민과 불확실성, 자기다짐 등의 심적 상태를 단순하되 표현성 강한 묘사와 주황색 점들로 비유시키고 있다. ‘돌아온 계절-아버지의 선물’(2019)도 세대를 넘겨받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내면 이야기이다.

윤준영 작 ‘가둔 밤의 정원’
윤준영의 회흑색 바다풍경들도 묵직한 적요 속에서 쉼 없이 일렁이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은유적으로 함축되어져 있다. 망망한 바다의 요동치는 파도 한가운데 망루를 높이 세운 ‘소란한 침묵’(2018), 외부의 접안조차 허용하지 않는 듯 너른 바다 가운데 높은 축대로 둘러진 절해고도 사각 구조물과 그 안에 빼곡히 채워진 수풀, 둥근 달을 향해 뻗어 오른 망루가 있는 ‘Fort’(2020), 외딴 섬 수풀더미에 자신만의 아성인 작은 집 한채를 들여놓은 ‘There’(2019) 등도 거대사회 속 개인과 타인들과의 관계, 불확실성, 두려움과 호기심 등이 복합된 윤준영의 심상초상들이다.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영상_편집 / 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