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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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줄리아나 도쿄’로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한정현은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역량 있는 소설가다. 이번에 펴낸 첫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는 모두 8편이 수록돼 있으며, 전작인 작품에서 보여주는 탐구적 태도와 윤리적 질문을 이어받는다.
작품집 속 인물들의 이름은 작품을 건너다니며 등장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더러 알맞게 끼워지는 퍼즐조각 같지만, 어떤 이름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속 남장 소설가 경준의 본명은 경아. 이 이름은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의 인물 경아와 같다.
작가는 이름과 함께 운명을 겹쳐놓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끌어 간다. 여성의 이름, 소수자의 이름은 한 생애가 끝나면 다른 누군가의 생애로 이어져 이름이 된다. 즉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는 데 묘미가 있다. 또한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양상을 보인다. 더러는 배로, 더러는 비행기로, 어딘가로 가며, 자신의 생을 살아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에서 지워졌던 이들을 무대 위에 불러 세운다. 조명이 비추는 곳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과거, 다시 말해 그곳에 있었지만 이제야 그림자처럼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들인 셈이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언뜻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던 소수자들을 이어 주며, 이들이 하나의 점에서 만나 반짝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 해 준다. 이 수많은 이들은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필연적으로 만나 서로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작품집 속 인물들의 이름은 작품을 건너다니며 등장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더러 알맞게 끼워지는 퍼즐조각 같지만, 어떤 이름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속 남장 소설가 경준의 본명은 경아. 이 이름은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의 인물 경아와 같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언뜻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던 소수자들을 이어 주며, 이들이 하나의 점에서 만나 반짝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 해 준다. 이 수많은 이들은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필연적으로 만나 서로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