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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거리두기
2020년 07월 06일(월) 00:00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코로나는 그 이름만큼이나 기세가 등등하다. 국제 연구진은 최근 변종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최대 여섯 배나 빨라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7월 1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1천만 명을 돌파했으며 사망자 또한 50만 명을 넘었다.

K방역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과시했던 우리나라도 어느새 2차 팬데믹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집단 감염이 대전·광주 등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청정 지역이라 자부했던 광주에서의 집단 감염은 사찰·교회 등 종교시설 등과 관련이 있어 추가 감염 우려가 높다.

종교는 세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역할을 해 왔다. 구한말 광주 양림동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복음과 함께 의료와 봉사 그리고 교육에 헌신했다. 그 가운데 의료 선교는 죽어가는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윌슨·오웬·서서평·포사이드 등의 선교사들은 한센인을 비롯한 병자를 치료하는 데 매진했다. 이들이 베푼 의술은 의로운 ‘광주 정신’과 맞닿아 있으며 오늘의 광주를 있게 한 근간이 되었다.

불교 또한 호국의 성격을 지닌 종교다. 스님들은 외세의 침략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특히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에는 수많은 스님들이 의병으로 참전했다. 이중 73세 노구를 이끌고 팔도선교도총섭으로 승군을 지휘했던 대흥사 서산대사의 활약은 국난 극복의 견인차였다는 평가다. 고려 때의 팔만대장경도 몽골제국에 맞서 불심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확산은 지역과 국가는 물론 인종과 종교마저 초월한다. 당분간 거리 두기 차원에서 현장 위주의 예배나 법회·미사 등은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교 활동은 건물 내에서 드리는 장소적 행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마음, 즉 본질의 문제로 귀착될 것이기에.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