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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군주 정조의 특별한 리더십·위민사상
리더라면 정조처럼
김준혁 지음
2020년 07월 03일(금) 00:00
정조때 통일된 군사훈련을 위해 도보(圖譜)로 편찬된 군대교련서. <더봄 제공>
조선의 개혁군주를 꼽으라면 단연 정조를 빼놓을 수 없다. 왕위 계승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는 난관을 극복하고 개혁의 아이콘이 됐다.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위기일 때 진짜 리더십이 드러나고, 실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의 코로나 대응을 보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보여준다. 지구촌은 어느 때보다 현명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비단 나라를 경영하는 분야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개인이나 조직에도 리더십은 이제 필수 덕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마지막 TV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조의 개혁정책을 계승하겠다”라고. 문 대통령 또한 개혁군주였던 정조의 리더십을 롤모델로 삼고자 했다.

그렇다면 정조의 특별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개혁군주 정조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 발간됐다. 지난 1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정조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개했던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펴낸 ‘리더라면 정조처럼’이 그것.

저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조와 화성의 전문가다. 역사교사였던 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등교하며, 하루 한 꼭지 역사 얘기를 들었던 것이 역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였다. 이번 책은 정조 시리즈 3부작의 완결판으로,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초점을 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조와 관련 재미난 일화다. 정조는 활쏘기에 능한 신궁이었다. 50발 중 49발을 명중시킬 정도의 실력을 겸비했다. 그러나 한 발은 과녁을 향해 쏘지 않고 허공으로 날렸다. 충분히 50발을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었지만 모두 맞추지 않았다.

초정 박제가는 문집에서 정조가 한 발을 허공으로 쏜 것은 겸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에 따르면, 정조의 본 의도는 아니다. 그러면서 주역에 통달했던 깊은 뜻을 풀어낸다.

“주역 점(占)을 칠 때는 보통 시초(蓍草)라고 하는 50개의 산가지를 사용하는데, 그중 1개는 태극(太極)을 상징해 사용하지 않고 49개의 산가지만 가지고 주역 점쾌를 뽑는다. 그리고 그 점괘를 통해 세상의 이치와 변화의 숨은 뜻을 찾아낸다.

마지막 1발의 화살을 제왕의 산가지로 여겨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책의 부제를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라고 정한 이유다. 정조의 리더십을 49가지 정책과 실천의 사례로 풀어낸 것과도 동일한 맥락이다.

사실 정조는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들의 온갖 음모와 폐출 위기도 겪었다. 그럼에도 당대 개혁군주로 시대를 이끌었으며 오늘날에도 추앙받는 것은 특별한 리더십과 ‘정치적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군신정치를 내세웠다.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지만 한편으로 친인척과 측근들의 잘못은 추상같이 다스렸다. 많은 양의 정무를 소화하면서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길을 나서는 백성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스스로 공부한 의학지식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하여 사용하며, 외세의 침입을 막고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병법과 무예를 익혔다. 이러한 솔선수범과 소통의 리더십은 관료와 양반사대부 그리고 백성들을 감동시켜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진경문화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그뿐이 아니다. 정조는 ‘사중지공’(私中之公), ‘손상익하’(損上益下)을 강조했다. ‘공적인 일을 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되며 이익이 있을 땐 함께한 이들에게 고른 분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봄·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