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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활동을 통해 배운 것 세 가지
2020년 07월 01일(수) 00:00
[이병우 단국대 교양대학 외래교수]
사업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컨설팅에 대해 이런 말을 나누었다. 지인으로부터 경영 지도사를 만나 보라는 거듭된 추천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매우 실망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 현실과 동떨어진 말만 해서 다시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영 지도사의 컨설팅에 대해 아주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현직에서 물러난 숙련된 경력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야 중의 하나가 컨설팅이나 멘토링 같은 자문 활동이다. 숙련된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중엔 역량은 충분한데도 이걸 잘 풀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동안 컨설팅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손자와 한비자, 소크라테스에게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피지기를 하기 전에 제안을 해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컨설팅 분야야 말로 이 말이 아주 정확하게 적용된다. 아무리 유능한 컨설턴트라고 해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 회사에 대해 효과적인 제안을 해줄 수 없다.

그 회사 현황과 대표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제안을 하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말을 하면 현실도 모른 채 이론만 떠든다고 핀잔맞기 십상이다. 미리 그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처음 만나서는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컨설팅을 할 수 있다.

둘째, CEO의 숨은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거야 말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쉽지 않다. 한비자의 세난(說難)편에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이 있다. “무릇 유세(遊說)의 어려움이란,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상대를 설득하기 어려운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마음속을 잘 살펴서 그 심의(心意)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아서, 나의 주장을 거기에 적중시켜야 하는 데 있다.”

한비자는 군주가 겉으로 명성을 내세우나 실제론 실리를 중시하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숨어 있는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실로 인간 심리의 맨바닥을 꿰뚫어본 통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군주와 CEO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세객과 컨설턴트라는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셋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크라테스 문답법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서 상대가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하면 스스로 방안을 생각하게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아우라가 형성되기도 전에 제안부터 하게 되면 되려 공격받게 된다.

미션이나 비전에 관한 질문을 통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경영자가 얼마나 될까? 무엇을 하고(know what) 어떻게 하는지(know how)는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 일을 하는지(know why)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경영자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만의 확실한 미션을 가지고 있는 CEO는 그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갖게 한다.

에릭 슈미트가 구글 CEO로 취임해서 빌 캠벨의 코치를 받으라고 권유받았을 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코치가 필요 없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할지는 내가 잘 아니까” 하지만 1년 후에는 코치를 받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같은 인물도 코치가 필요한데 보통 경영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