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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방어기제
2020년 06월 25일(목) 00:00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힌다. 미적분법을 창시했으며, 물리학에서 뉴턴 역학 체계를 확립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천재인 그도 유일하게 실패한 분야가 있으니 주식 투자다. 1720년 전재산을 투자했다가 지금으로 치면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이후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투기와 투자는 똑같이 이익을 추구한다. 다만 투기는 생산 활동과 관계없이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도박과 같은 과도한 이득을 바란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기존 주택에 살면서 특정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단순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면,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투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불법성’이 간혹 가미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발본색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법과 제도는 허술하고 불로소득을 바라는 이들의 전략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파트 투기도 정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건설업체는 저렴한 도시의 자투리 토지를 고층 아파트로 개발해 천문학적인 돈을 번다. 부동산 관련 업체는 분양·거래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이익을 취한다. 일반 시민들조차도 아파트를 사들여 불로소득을 챙긴다. 도시는 ‘투기장’이 된 지 오래다. 다양성을 최고 가치로 하는 도시의 매력은 사라지고, 미래 세대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 덩어리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방어기제’라는 용어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논문 ‘방어의 신경정신학’에서 처음 사용된 바 있다.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의식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합리화’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투기를 정당한 투자로 합리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우려된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해외 부동산 세제를 소개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우리나라도 실거주 위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보유세나 양도세를 대거 높이고 철저한 과세를 할 필요가 있겠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