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문학관 없는 文鄕 광주…문화 향유·창작 활동을 염원하다
<1> 프롤로그-연재를 시작하며
“모든 문화의 기본은 문학”
박용철·김태오 등 문학인 많지만
5대 광역시 유일 문학관 없어
건립 추진상황·콘텐츠 방향 등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연계 조명
2020년 06월 07일(일) 18:50
광주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도시다. 지난해 12월 문학관 관련 최종계획이 확정되면서 빠르면 올 연말께 문학관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제 벽골제 박물관단지 내에 건립된 아리랑문학관.
문향(文鄕)이라 일컫는 광주는 5대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도시다. “모든 문화의 기본은 문학”이라는 명제가 유독 광주에서는 공허한 구호로 들린다. 문화가 관광자원이 되는 현실에서 그 문화의 토대를 이루는, 다시 말해 창작의 산실인 문학관은 중요한 복합문화기관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주 풀꽃문학관의 시 구절을 형상화한 글씨
문학관 하나 없는 광주에 내로라하는 문학인은 많다. 현대시학의 대표적 시인인 ‘나두야 간다’의 용아 박용철을 비롯해 동요 ‘강아지’, ‘봄맞이’작시로 유명한 김태오는 일제 식민치 치하 아이들의 동심을 구현했다. ‘고독과 커피의 시인’ 다형 김현승은 광주 양림동의 언덕과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심을 키웠고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여기에 지난 2016년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그녀의 부친 한승원, 그리고 ‘녹두장군’의 송기숙, ‘징소리’의 문순태, 조선대 문창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이승우 작가 등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광주가 낳은 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북 옥천의 정지용문학관은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의 문학과 삶이 응결된 공간이다. 지난 2005년 10억원을 들여 개관한 이곳은 143평 부지에 문학전시실, 영상실, 체험실, 문학교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체험실에서는 손으로 느끼는 시, 영상시화, 시낭송 등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전주다운 곳 한옥마을(풍남동)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은 전주의 대표 문화공간이다. 한국의 전통, 역사, 문화가 수백 여 채의 한옥과 함께 연계돼 있어 관광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은 2000년 설립한 혼불기념사업회가 근간이 됐다. 기념사업회는 작가의 모교 전북대, 문인단체, 유족 등이 중심이 돼 꾸려졌다. 2006년 건립된 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주전시관인 독락재(獨樂齋), 문학강연장, 수장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진 시문학파기념관 전시실 모습
이밖에 춘천의 김유정 문학촌,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 서울의 윤동주문학관, 강진의 시문학파문학관, 하동의 박경리 문학관 등은 당대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문학적 혼과 결실이 깃들어 있다. 이들 문학관은 문화공간, 교육공간, 예술공간, 창작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광주시가 추진했던 문학관 건립은 입지, 운영 주체 등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20년 넘게 표류해왔다. 문학계 내부의 일치되지 못한 여론, 4년 주기로 교체되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의회 권력은 문화예술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마련과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광주시는 2018년 문학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용역보고회와 시민공청회를 거쳐 지난해 12월 최종계획을 확정했다. 광주시와 광주예총, 지역문학단체 등이 건립추진위를 결성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학관 건립에 대해 의견일치를 이룸으로써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 된 것이다. 현재 광주시는 설계 공모를 내고 4월 말께 업체를 선정했으며,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늦어도 연말께는 문학관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의 삶의 흔적과 창작 여정, 그리고 문학세계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이 바로 문학관이다. 지역문화의 중심 내지는 콘텐츠 생산기지, 문화예술관광의 핫 플레이스로서도 문학관의 역할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장흥 천관산문학관에 비치된 다양한 책자들
현재 광주에는 1000여 명이 넘는 문인들이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광주에도 문학관다운 문학관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광주를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전개하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인들에게 광주문학관은 이제 공통적으로 염원하는 숙원이 돼버렸다. 물론 광주에도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원, 문화의 집과 같은 기초적인 문화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학관 하나 없는 광역도시라는 안팎의 평가는 ‘아시아중심도시’, ‘문화수도’라는 화려한 말이 얼마나 공허한 수사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기획시리즈는 지난 1990년대부터 추진돼 왔던 광주문학관 건립 논란의 역사부터, 추진 상황, 그리고 문학관 건립 이후 채워질 콘텐츠의 방향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지역의 대표 문학관을 취재해, 이를 토대로 향후 건립될 광주문학관의 방향과 가능성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연계해 조명할 게획이다.

또한 공간이라는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건립 이후 문학관이라는 문화공간에 채워질 콘텐츠의 선정과 수집, 운영 방안 등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과 제언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향유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기관으로서의 가능성 등도 심도 있게 다룰 계획이다.

이 기획시리즈는 모두 12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타 시도 유명한 문학관 사례를 중심으로 왜 광주문학관이 필요한지, 광주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어 순차적으로 대하소설 ‘토지’가 움튼 생명의 공간 ‘박경리문학관’, ‘향수’의 시인 정지용 문학이 집결된 ‘정지용문학관’, 자유시인 김수영의 발자취가 오롯이 담긴 ‘김수영문학관’, 한점 부끄럼 없기를 노래했던 맑은 영혼이 숨쉬는 ‘윤동주문학관’, 고향 서정을 읊은 단편문학의 대표주자 오영수의 문학이 깃든 ‘오영수문학관’, 젊은 날 스러져간 푸른 청춘을 상징하는 ‘기형도문학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광주의 첫 문학관 건립에 대한 의미와 향후 채워질 콘텐츠와 프로그램 등 문학관 운영 방향 등을 다각도로 제언할 계획이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