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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서 몰래 살림 50대…버너·이불 등 짐 1t ‘수북이’
타는 냄새 난다는 신고 받고
에스컬레이터 빈 공간서 발견
사회 안전망 부재 드러내
2020년 06월 02일(화) 00:00
광주 상무지구 C영화관 건물에 오랜 기간 몰래 들어가 살고 있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으로,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주거 빈곤층과 사회 안전망 부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서부경찰은 1일 영화관 건물에 침입해 거주한 혐의(건조물침입 등)로 A씨(56)를 입건해 조사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해당 건물에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영화관 등 건물 곳곳을 살피며 타는 냄새를 쫓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사이 빈 공간에서 잠들어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가 잠든 사이 끓다가 타버린 김치찌개 냄비가 타면서 나는 냄새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3.3㎡(1평) 남짓한 공간에는 이불, 매트, 옷가지, 가스버너, 낚시대 등 1t 화물차 한 대 분량에 이르는 짐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현장에는 A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된장·장아찌·인삼주·접시·숟가락·여행용 캐리어 등도 발견됐다.

경찰은 수년 전 에스컬레이터 사용이 중단된데다, A씨가 거주한 3층에 들어선 볼링장측이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벽으로 둘러쳐 보이지 않게 하면서 틈새 공간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술에 취해 잠시 들어갔을 뿐 자신의 물건이 아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을 수개월 간 주거지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A씨는 별다른 직업과 거주지 없이 일용직 노동과 고물을 수집하며 이 공간에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물 관리 관계자는 “이 정도 짐을 모으려면 수개월은 걸렸을 것”이라며 “얼마나 갈 데가 없었으면 이런 곳에 와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