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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 류미숙 작가 첫 개인전
6일~17일, 전남도청 갤러리
“‘엄마의 꿈’ 엄마의 접시에 담았죠”
50년 식당 운영 엄마의 인생 흔적
광주 오래된 식당 이야기도 담고싶어
2020년 04월 06일(월) 00:00
‘엄마의 꿈’
지금, 들녘에 유채꽃이 한창인 광주시 남구 양과동에 자리한 류미숙(56) 작가의 작업실은 오랫동안 식당으로 사용되던 주택이다. ‘청솔가든’이라는 간판이 아직도 붙어 있는, 작은 정원을 품고 있는 이곳에서 그녀는 매일 접시에 그림을 그린다. 청솔가든은 4년전 세상을 떠난 엄마가 50년간 운영하던 옻닭 전문점이었다. 맛깔스런 음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식당은 언제나 북적거렸고, 그녀 역시 엄마 일손을 돕고는 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한달 후, 살림을 정리하는데 가장 많이 나온 게 접시와 밥그릇 등이었다. 망연자실해 있던 그녀는 식당을 운영하며 ‘밥 먹으러 오는 손님 생각’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던 엄마의 삶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아, 이게 엄마 흔적이구나. 엄마의 인생이 여기에 담겼고, 숱하게 다녀간 손님들의 이야기도 여기에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접시와 밥그릇에 그림을 시작했다. 엄마가 좋아하던 꽃도 그리고 나무도 그렸다. 마당에서 만나곤 했던 개구리와 날아들던 벌과 나비도 그렸다. 이어 접시를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손님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즐기던 화투와 카드도 작품 소재가 됐다.

류 작가가 4년간의 작업 성과를 모아 ‘엄마의 밥상’을 주제로 개인전(6일~17일 전남도청갤러리 윤선도 홀)을 연다. 전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류 작가는 단체전과 아트페어 등에 참여하다 이번에 첫 개인전을 열게됐다. 곧바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서울 전시는 코로나 19로 연기됐지만, 대신 광주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가을께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접시와 밥그릇에 안료를 안착시키는 과정이나, 접시를 캔버스에 붙이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초창기에는 접시에 물감이 잘 붙지 않아 고생이 많았어요. 본의 아니게 다양한 재료 실험을 한 셈이었죠. 그림을 그린 접시를 캔버스에 붙이는 과정은 더 힘들었죠. 잘 붙였다고 생각하고 다음 날 작업실에 와 보면 그릇이 뒤틀려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또 이 과정이 힘이 많이 들어가 어깨가 성할 날이 없었죠.”

작품에 담긴 건 화사한 꽃과 나비, 벌 등과 더불어 ‘엄마의 꿈’이다. 암벽타기, 패러글라이딩,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다, 산 등 자연과 함께 등장한다. 모두 엄마가 꿈꿨던 것들이다. 색감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화사한 색깔을 좋아했던 엄마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다.

“동네가 엄마 여행지였고, 이른 새벽이면 나가 산나물을 뜯어와 음식을 만들고는 했죠. 손님들 걱정에 식당을 떠난적이 거의 없던 엄마가 TV에 소개되는 암벽타기 장면 등을 보며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곳 저곳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시구요. 그게 늘 마음에 남아서 그림 속에서나마 다 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엄마는 손님들을 모두 아들 딸 처럼 생각했죠. 손님들도 식당에 들어올 때면 ‘엄마’ 하고 들어오곤 했어요.

작품에 사용한 접시는 한 곳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상황을 표현한다. 그 접시를 캔버스에 붙여 ‘세상 밖으로’ 나간 엄마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처음 작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해 광주아트페어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에서 ‘자신의 엄마’, ‘그리운 누군가’를 발견하고 공감을 표시해 줬다.

“손을 꼭 잡아주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구나 조금 자신감도 생겼죠. 앞으로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오래된 음식점의 접시 등을 재료로 삼아 그 식당과 사람들의 스토리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 수십년 세월을 묵묵히 운영해온 식당이라면 엄마의 흔적처럼, 그 곳에는 분명 세상 사는 이야기, 사람사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