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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맑고 매화 야위다’…봄을 기다린다
오견규 화백 개인전, 27일~3월 11일 무등갤러리
2020년 02월 25일(화) 00:00
‘바람이 부는 날’
목운(木雲) 오견규(74) 화백은 45년 넘게 스승으로 모셨던 아산(雅山) 조방원(1926~2014) 선생이 오래 전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마음에 담았다. ‘일생묵노(一生墨奴)’. 그는 늘 곁에 두는 벼루에 글씨를 새겨 그 생각을 한시도 잊지 않고 평생 수묵과 함께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오견규 화백 개인전이 오는 27일부터 3월11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동구 예술길 18-1)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최근 2~3년동안 작업한 작품 35점을 만날 수 있다.

‘대숲 맑고 매화 야위다(竹淸梅瘦)’라는 전시 주제처럼 화폭에 가득 피어난 건, 푸른 대나무와 화사한 매화다. 여기에 겨울을 뚫고 피어난 동백과 가을 코스모스가 함께 자리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매화는 흩날리는 눈발과 어우러진 ‘설매(雪梅)’,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홍매(紅梅)’ 등 저마다의 향취를 뽐낸다.

이번 전시작은 채색화가 주를 이룬다. 자칫 들떠 보일 수 있는 밝은 원색들이지만 묵직한 먹빛과 여백이 어우러져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담백하고 건강한 시적 감수성’이라 평한 미술평론가 김상철의 말처럼 삶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소박한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다. 담백하고 간결한 작품들은 동화적 느낌도 난다.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고, 뒷짐지고 천천히 매화구경에 나서고, 마당에서 꽃을 쓸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오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법정 스님이 쓰시던 낡은 나무 의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오랫동안 송광사 회보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불일암 등에 자주 오르내리며 이 ‘의자’를 만났다. 담담한 수묵담채로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비움’을 비롯해 붉은 매화와 어우러진 ‘홍매와 의자’, 한마리 새가 외로이 앉아 있는 ‘적’(寂) 등이다.

화사한 채색 작품들도 좋지만 ‘공산무인’(空山無人), ‘조선 소나무’처럼 묵직하고 담백한 수묵의 먹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또 장엄한 산세를 간결하게 묘사해 관람객을 압도하는 150호 대작 ‘맥(脈)’과 실제 신문 위에 진정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흐드러진 매화를 그려넣은 ‘대춘(待春)’ 등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밖에 유일한 서예작품인 ‘용슬(容膝)’은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용슬은 ‘무릎을 겨우 들여놓을 만한 작은 집’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번 전시가 물질주의에 빠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청명하고 맑은 대숲과 그윽한 향기나는 매화곁에서 모두들 한 걸음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오 화백은 작가의 말에서 “나의 작품은 화선지에 바람이 보이고 물소리가 들리는 풍경을 담으려 마음을 보탠 것들”이라고 말했다

오 화백은 기회가 닿는다면 앞으로 화문집(畵文)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의 정갈하고 사색적인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림과 어우러진 글맛을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8차례 개인전을 연 오 화백은 허백련미술상 본상, 대동전통문화대상, 전남도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던 심사위원, 아산미술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초대 일시 27일 오후 3시~6시30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