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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관리실 간호사
2020년 02월 20일(목) 00:00
배소현 전남대병원 마취관리실 간호사
“전대병원 어디에서 근무하세요?” “마취 관리실에서요.” “네?” “회복실이요.” “아, 네~.”

누군가 근무 부서를 물어보면 마취 관리실은 생소한 곳이라 대부분 반문을 하기에 편의상 회복실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나의 이 대답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마취 관리실은 마취 준비실과 회복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은 1동과 8동의 응급 수술실이 분리되어 있어, 두 곳의 마취 준비실과 회복실이 각각 운영되다 보니 네 곳을 왕복하며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혈관 촬영실에서 이루어지는 뇌동맥류 환자의 색전술, 내시경실의 담도 췌관 조영술, 심혈관센터의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등 마취가 필요한 곳은 어디라도 달려가서 장비와 물품을 준비해 마취 유도를 돕고, 비정상적인 환자의 반응에 대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마취 관리실이다.

사실 나도 중환자실에서 마취 관리실로 부서 배치를 받기 전까지 회복 간호를 떠올리며 그동안의 임상 경험과 지식이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다양한 마취의 종류와 방법, 같은 수술인데도 환자의 상태나 기저 질환에 따라 준비해야 할 장비와 물품이 달라지고 간이나 신장 이식, 심장 수술처럼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에 직면하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하루 평균 50~60개의 수술 중 준비가 똑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이전에 중환자실 근무를 하면서 기관 내 삽관은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내가 봐왔던 일반적인 튜브 이외에도 철사가 들어 있어 꺾어져도 환기가 가능한 강화 튜브, 비강 기관 내 삽관을 위한 튜브, 기관 절개술을 하고 있는 경우에 사용하는 튜브 등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많은 종류가 사용되고 있었다. 또 질환의 특성상 기도 개방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하는 굴곡성 기관지경, 영상 후두경 등과 같은 다양한 보조 장비까지 그야말로 신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부서 배치 후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기만 한 상황 속에서 한없이 작게만 느껴져 마치 갓 입사한 신규 간호사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수술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근무하다 보니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하게 된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외롭게 일하다가 다쳐서 봉합 수술을 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를 보면,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 갔던 부모님 세대의 간절한 마음이 떠오르기도 하고 혹시라도 장애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어 수술이 잘되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슴을 졸이다 보면 어느새 수술이 끝나고, 잘됐다는 집도 교수님의 말에 내 일처럼 기뻤다.

또 계곡에서 다이빙하다 경추 손상으로 하지 마비 위험이 있는 청년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고 엄마의 마음이 되어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모니터링을 하곤 했다.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과정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을 생각하며, 수술 시작부터 끝나고 회복이 될 때까지 어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수술로 회복된 환자를 보면 뿌듯함과 함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마취 관리실의 아침은 마취기 점검과 교정으로 시작된다. 마취 중 필요한 물품 및 장비들을 룸마다 준비하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활용해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혹시라도 나의 실수 때문에 환자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 긴장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 수술 부위, 수술 특성 또는 수술시 체위 등에 따라 기관 내 삽관을 위한 튜브부터 마취 방법, 저체온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가온 담요의 형태까지 마취 준비도 점점 변화되고 있다. 매번 변화되는 준비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응급 상황이 힘들기도 하지만, 적절한 준비만이 혹시라도 발생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도 마취 관리실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수술 시작부터 회복까지 완전한 간호를 위해 뛰고 있다. “오늘도 수술 시작부터 회복까지 마취 관리실 간호사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