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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을 기다리며
2020년 02월 19일(수) 00:00
취재차 외국의 도시들을 둘러 볼때면 눈여겨 보는 곳들이 있다. 미술관이나 도서관이다. 미술관이 그 도시의 미적 안목을 엿볼 수 있다면 도서관은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들이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 보는 풍경과 어린이 열람실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쾌적하고 세련된 시설을 갖춘 도서관을 방문할 때면 잠깐이라도 현지인 처럼 책을 읽으며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어진다.

얼마 전 들른 국립세종도서관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난 2013년 세종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정책도서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시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식놀이터’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우선, 세종도서관은 삭막한 행정수도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세종호수공원을 배경으로 자리한 도서관은 마치 책장을 펼쳐 놓은 듯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건물 중심부는 움푹 들어간 반면 양쪽 가장자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하늘로 솟은 날개모양이다.

지난 2011년 총 공사비 1015억 원을 들여 2년간의 공정을 거쳐 지하2층 지상 4층 연면적 2만1076㎡ 규모로 건립됐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은 건축 디자인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란 타이틀을 얻으며 세종시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도서관에 들어서면 근사한 콘서트홀에 와 있는 듯하다. 주변의 자연경관을 실내에서도 조망할 수 있게 4층 건물의 모든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로비 중앙에서도 시야가 확 트인다. 특히 이용객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여타 도서관은 각층이 단절되는 구조인데 반해 세종도서관은 유리벽을 두거나 어른 키 높이의 유리 펜스를 설치해 아래층에서 위층을, 위층에서 아래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조망권이 가장 좋은 건물 4층에 들어선 식당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통유리를 통해 펼쳐지는 호수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은 5성급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최근 광주시가 오랫동안 공들여 추진해온 대표도서관의 설계작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소각장터에 들어설 대표도서관 건립을 위한 국제건축설계공모에서 세르비아 출신 브라니슬라프 레딕의 작품이 134개 경쟁작들을 제치고 당선작으로 채택됐다. 당선작은 지표면 아래 공간과 소각장을 연결하는 브릿지(다리)를 다양한 기능이 담긴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컨셉으로, 오는 2022년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한 함인선 광주시 초대 총괄 건축가는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도서관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광주의 이정표적인 과업”이라면서 “재생과 문화에 방점을 둔 광주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생생하게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슈필라움(Spielraum·놀이와 공간을 뜻하는 독일어)이 될 명작의 탄생을 기대한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