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시·동화 당선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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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시·동화 당선자 인터뷰]
"당선은 자격증일뿐... 초심처럼 글 쓸 것"
이한솔 “기쁨과 두려움 사이에서 매일매일 줄타는 느낌”
선혜경 “시는 내 운명…열다섯살 무렵 시 매력에 빠졌다”
장나현 “동심은 영혼의 고향…울림있는 작품 창작하겠다”
2020년 01월 15일(수) 21:45
사진 오른쪽부터 이한솔(소설) 선혜경(시) 장나현(동화)
문학청년들에게 절박한 무언가를 꼽으라면 대부분 신춘문예 당선일 것 같다. 신춘문예는 문학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통과의례와 같다.

2020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가들의 열기도 예년처럼 뜨거웠다. 시 1237편, 소설 153편, 동화 128편 등 응모작은 모두 1518편이었다. 예년 수준의 응모 현황을 보인 가운데 이한솔 씨의 ‘전자레인지’(소설), 선혜경 씨의 ‘빗방울은 몇 겹의 하늘을 깨고 달아나는지’(시), 장나현 씨의 ‘틀니를 찾아서’(동화)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최근 열린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 작가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한솔 작가는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에 “당선 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받고 나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기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며 “동시에 ‘진짜 나에게 일어난 일이 맞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마냥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문학은 기쁜 감정만 가져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두려움 사이에서 매일매일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혜경 시인은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아 세 번 정도 되물었다고 했다. 그녀는 “부족한 내 시가 신문에 실린다는 생각을 하자 며칠 동안 잠도 편히 못 잤다”며 “내 시에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장나현 동화작가는 “호주 여행 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혹여 당선이 아니고 본심에 올라간 것 아닌지 물었다”며 “너무 좋아 뒤척이다가 밖이 밝아올 무렵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계기로 문학에 입문을 하게 됐을까. 신춘문예 당선까지는 누구에게나 지난한 습작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외롭고 힘든 기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문학적 성취가 달라진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결심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두근 두근 내 인생’과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을 읽었을 때, 뭔가 신이 났어요.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기분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대학교에 문예창작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입학을 하게 됐던 거죠.”(이한솔)

“시의 매력에 빠져든 시기가 열다섯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시를 읽다보면 행과 연 사이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나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 날의 내 감정에 따라 시가 피부처럼 착 달라붙는 그런 느낌, 어떤 문장은 며칠을 가기도 어떤 문장은 다른 의미로 기억되기도 했죠. 그러다 ‘얘는 내 운명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선혜경)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든 20대를 보냈습니다. 일도 할 수 없었고 철저하게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거지요. 저의 상처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곳이 없을 때 책을 만났어요. 돈 없고 갈 곳 없는 제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었죠. 마침 도서관의 문예아카데미 회원 모집 공고가 났고 그때부터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창작에 입문했다고 해도 바로 눈에 띄는 성취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일정기간 슬럼프를 겪거나, 혹여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도 든다.

이한솔 작가는 힘들 때면 강아지를 끌어안는다고 했다. “마루라는 갈색 푸들이 사람을 좋아해”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고 한다. 작은 몸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게 느껴지는 데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실감이 나는 순간”이라며 웃었다.

선혜경 시인은 어떤 시를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권태기’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재작년에 그런 시기가 왔는데 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일들을 열심히 했다. 드라마를 배워보기도 하고 뜨개질을 하기도 했다”는 말에서 의도적으로 시를 멀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권태기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를 쓰는 것만큼 나와 잘 맞는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장나현 동화작가는 “텍스트에 갇혀 글이 잘 안 나온다고 느낄 때는 과감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백지 위에 낙서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으로 머리를 비운다”며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머릿속을 텅 비워내고 나면 “다시 좋은 이미지들이 채워지는데 그때 이것을 텍스트로 옮겨놓는다”며 웃었다.

당선자들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창작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는 롤 모델이랄까, 흠모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가장 좋아해요.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잘 포착해 특유의 색깔로 소설을 쓰는 것 같아요. 간결하고 재치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자주 필사를 하기도 하구요. 특히 ‘칼자국’에서 주인공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사과를 깎아먹는 장면이 있는데 강렬하고 인상깊은 장면이었죠.”(이한솔)

“박연준 시인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를 좋아한다. 시인 특유의 감성이 녹아있는 문구를 좋아하는데,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어떤 시를 읽어도 피부에 착 감기거든요.”(선혜경)

“순천 정채봉 문학관 벽면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흔히들 동심을 아이 마음으로만 말하나 나는 한걸음 나아가 영혼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동심이 영혼의 고향이라는 표현처럼 저 또한 동심을 다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지요.”

세 신인작가는 이제 문학이라는 길고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 말 그대로 신춘문예 당선은 창작의 길을 가도 된다는 ‘자격증’과 같은 의미일 뿐이다. 당선보다 힘든 게 이후의 과정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의 문학인생이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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