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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지혜로 포장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지 말자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지음
2019년 12월 13일(금) 04:50
아마도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 중에는 화제가 됐던 저자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이가 많을 터다. 명절에 대해 색다른 시선을 제시한 칼럼은 인터넷에서 회자되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뒤 이어 출간 된 첫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고전 ‘논어’를 이야기한다. 신작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논어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번 저작은 저자가 구상중인 ‘논어 프로젝트’의 출발이다. 그는 앞으로 기존 논어 번역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논어 번역 비평’, 논어 각 구절의 의미를 자세히 탐구하는 ‘논어 해설’, ‘논어 번역 비평’과 ‘논어 해설’에 기초해 대안적인 논어 번역을 제시하는 ‘논어 새 번역’ 등 모두 3권의 관련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 교수를 지낸 그는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 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위트를 타고 삶의 미시와 거시 사이를 활강하는 글쓰기”라는 평을 받고, 저자 스스로 “유쾌하면서도 심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은 독창적인 질문과 사고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첫글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에서 보듯, 저자는 ‘논어’ 등 고전을 ‘살아있는 지혜’로 포장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세태를 경계하며 자신만의 ‘논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 ‘성급한 혐오와 애호를 넘어’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공자의 제자나 ‘논어’의 편집자가 실패한 공자의 모습을 사랑한 데 주목하고, ‘논어’가 서로 다른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에 눈을 돌린다. 그는 공자를 “경청동지할 혜안을 가진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자신이 마주한 당대의 문제와 고투한 지성인이었고, 국가가 설정한 위계적인 구획을 넘어, 친족 네트워크를 넘어 타인과 비전을 함께 하는 공동체의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논어’를 현대사회의 느닷없는 해결책으로 숭배하지 말기를, 서구중심주의의 대안으로 설정하지 말기를, 동아시아가 가진 모든 폐단의 근원으로 간주하지 말기”를 제안한다. 그가 바라는 건 “‘논어’를 매개로 해서 텍스트를 공들여 읽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사회평론·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