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소프트웨어 교육, 로컬이 앞서가는 설레는 상상
2019년 12월 12일(목) 04:50
[이현희 전남도교육청 미래인재과장]
“자동차는 이제 가솔린이 아닌 소프트웨어(SW)로 움직인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이 2012년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한 말이다. 자동차의 발명 이후 인류가 굳게 믿어왔던 자동차의 작동 공식을 깨는 뜻밖의 발표였고 당시만 해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척박했던 때라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이미 우리의 현실 구석구석에 소프트웨어가 깊숙이 들어왔으며, 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증폭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소프트웨어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이라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과 의식이 전반적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이스라엘이 1994년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 정규 교육에 적용한 이래 2009년 일본, 2014년 영국과 핀란드로 열풍이 이어지면서 증기 기관차가 세상을 바꿨던 19세기 1차 산업 혁명을 뒤집을 조용한 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 그 혁명의 중심에 학교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지난해 중학교에 이어 초등학교까지 정규 교과 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의무 교육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전남교육청은 2016년 100개 교를 시작으로 2017년 125개, 2018년 146개에 이어 올해는 162개로 소프트웨어 선도 학교를 확대 운영하고 있고, 올해는 희망학교 135개 교를 함께 운영 중이다. 그리고 영광, 나주, 순천, 목포 등 4개의 권역에 소프트웨어 체험 센터를 구축하여 초·중학생들이 다양한 소프트웨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W교육이 필수 교과가 되면서 전남 교원들의 관심과 열기도 갈수록 뜨겁다. 선도학교 운영을 통해서 전남형의 SW 교육 모델을 창출해내겠다는 의지도 각별해서 현장에서 큰 힘이 난다. 교육 정보화 영역에서 오랜 시간을 일해 온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전남은 지역적인 특성상 초중고등학교의 75%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하고 섬 학교의 비중 또한 높아 초중고교를 합쳐 168개에 이른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24%가 도서개발촉진법상 섬의 정의에 따른 섬 학교에 해당한다. 전반적인 교육 여건이 취약한데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양질의 SW 교사를 찾는데 애로마저 큰 것이 전남의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실이었다.

자칫 이런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전남의 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기회마저 박탈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미래에는 소프트웨어 격차가 소득의 격차와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악순환의 고리를 생각하면 아찔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역의 소프트웨어 교육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소프트웨어 미래 채움 사업’ 국책 과제에 선정되었다. 국비 35억 원에 전라남도와 나주시, 그리고 전남교육청이 매칭해 총 71억 원을 들여 지역 소프트웨어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주관한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올 상반기에 100여 명의 SW 전문 교육 강사를 육성한 덕분에 올 2학기부터 섬 지역 학교현장은 물론이고, 지역아동센터 등 소프트웨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전남 소프트웨어 교육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센터도 나주 산포초등학교 덕례분교장에 조성 중이어서 폐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내년부터는 도서 벽지를 찾아가는 이동형 소프트웨어 체험 버스를 도입해 섬 지역 교육 활성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 기대와 설렘이 크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한 발 앞서 소프트웨어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만큼 전남의 학생들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대한민국을 이끌 핵심 인재로 성장한 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학부모,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드는 전남형 소프트웨어 교육 모델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