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죽을 용기를 가지고 일 하실 분’…수상한 구인 광고 왜?
이별통보 앙심 품고 방화 사주
여친 부모 운영 꽃집에 불질러
모의 사실 3차례 호소했지만
경찰 묵살에 결국 화재 피해
2019년 12월 05일(목) 04:50
‘죽을 용기를 가지고 일 하실 분.’ 지난 달 중순 한 인터넷 게시판에 자극적인 제목의 구인 글이 올라왔다.

방화범을 찾는 A(22)씨의 구인광고였다. 광고 게시 후 수일만에 평소 사채 빚에 시달리던 B(34)씨가 연락을 해왔다.

A씨는 “급히 돈이 필요해 화재 보험금을 받으려 한다”며 “내 꽃가게에 불을 내면 사례하겠다”고 제안했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177cm 80kg의 다부진 체구를 가진 B씨는 “절대 안 잡힐 자신이 있다”며 수락했다.

대구에 사는 B씨는 범행 장소인 광주시 서구 마륵동 일대를 위성사진과 거리사진을 통해 철저히 분석한 뒤 범행계획을 세웠다.

B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2시 45분께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완벽히 가린 채 꽃집에 불을 질렀고, 80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하지만 B씨는 돈을 받지 못했다. 방화 이후 A씨와 연락을 끊으면서 한푼도 받지 못했고, 결국 전과자 신세가 됐다.

게다가 B씨가 불을 지른 곳은 A씨의 가게가 아닌 그의 전 여자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꽃집이었다. 알고보니 모 공군부대 소속 하사인 A씨가 교제하던 여자친구가 부모의 반대로 이별을 통보하자 앙심을 품고 방화를 교사한 것이다.

그런데 방화 피해자들은 예고된 방화였다며, 방화범인 B씨보다 오히려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을 탓하고 있다.

방화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 9월께 같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A씨와 연락을 했던 한 시민이 “방화를 의뢰하는 사람이 있다”며 광주서부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이 시민은 당시 꽃집에 직접 전화까지 해 방화의뢰 내용을 알려주기도 했다. 해당 사실을 알게된 A씨의 전 여자친구도 경찰서를 3차례 찾아가 방화 모의 사실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경찰은 결국 실제 방화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교사한 A씨를 검거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