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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제3의 물결
2019년 11월 20일(수) 04:50
우주가 거대한 폭발로부터 생겨났다는 ‘빅뱅 이론’이 사실이라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똑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며, 우주적 나이도 똑같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수백억 년 전 우주가 하나의 점과 같은 상태였고, 이 점이 폭발해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졌다면,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기원은 사실상 같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구촌 전 지역에서 인류의 생물학적·정신적 진화가 비교적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300만~5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인류가 등장한 이후, 지구상 각지에서는 인류의 진화가 거의 같은 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정신적으로도 기원전 552년 공자를 필두로 예수·부처·마호메트가 불과 1100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나 거대한 정신적 진화를 이끌어 냈다.

500만 년이라는 시간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유구해 보이지만, 수백억 년에 비해선 찰나일 뿐이다. 특히 최근 몇 세기 들어 정신적인 차원의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지금은 아예 전 지구적으로 동기화되는 느낌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균·쇠’에서 “인간 사회 사이의 힘과 기술의 차이는 지리적·환경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물리적 거리가 있는 지리적 환경과는 달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의 정보 환경이 똑같아진 지금, 모든 사회의 가치관이 급속히 동기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다.

최근 몇 달 간 거의 모든 대륙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을 ‘제3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대의제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을 꼽고 있다.

디테일이야 다르지만 몇 년 전 촛불 혁명이나, 최근 서울에서 열렸던 대규모 시위들도 대의제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회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가치관의 진화 또는 동기화에 합류한 것이라면, ‘이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