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인·건축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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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디자인·건축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나다
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11> 덴마크 코펜하겐(하)
건축센터·디자인 뮤지엄 눈길
‘레고’ 활용 전시·건축투어 진행
휴지통·벤치 등 공공디자인 돋보여
2019년 11월 13일(수) 04:50
비행기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하자 곧바로 짐을 찾으러 갔다. 여느 공항처럼 이곳 역시 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 있는데,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곳에는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녹색 벤치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독특하다 싶었더니 사연이 있는 벤치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코펜하겐의 벤치라는 설명과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2500개의 클래식 벤치를 경험해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작은 아이디어가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고, 나 역시 코펜하겐 시내를 다니며 벤치를 볼 때마다 사진을 찍곤 했다.

스웨덴, 핀란드와 함께 덴마크 역시 디자인 강국으로 꼽힌다. 코펜하겐 도심 풍경은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내가 덴마크에 도착하기 며칠 전, 코펜하겐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됐다. 중앙역까지 전철이 연결되면서 훨씬 이동이 편리해져 사람들로 붐볐다.

코펜하겐 전철역은 스톡홀름이나 헬싱키처럼 넓지 않다. 차량이 3~4량에 불과해 역사에는 의자 등이 놓여 있는 경우도 드물다. 새롭게 문을 연 전철역사의 동선은 단순하고, 각종 사인물들은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이런 저런 설명보다는 색깔과 기호 등으로 모든 정보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코펜하겐의 거리 쓰레기통은 ‘클린 코펜하겐’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색이 주조를 이룬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는 훼손된 것도 간간히 눈에 띄었지만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도심의 상징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있던 트램을 없애고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 코펜하겐의 자전거 거치대 역시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덴마크디자인뮤지엄은 덴마크 디자인의 역사와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1900년대 덴마크 디자인을 이끈 카렌 클린트와 아르네 야콥슨의 전용관을 비롯해 ‘사람 중심의 디자인’에 기여한 폴 헤닝센. 핀 율. 베르너 판톤 등의 조명과 의자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매번 열리는 특별전은 뮤지엄의 또 다른 볼거리인데 방문중에는 대규모의 ‘바우하우스 100년 기념전’ 열리고 있었다. 뮤지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덴마크를 대표하는 의자 디자인 콜렉션이었다. 별도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어 모르고 지나칠 뻔 한 나를 나이 지긋한 직원이 이끌었다. 기능성을 가미한 실로 다양한 의자를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직원이 자랑스러워할만했다. 유명한 몇몇 디자인의 의자는 직접 앉아서 체험도 할 수 있다.

코펜하겐은 크리스티안보리 궁전, 로젠보르 궁전 등 역사가 담긴 오래된 건물부터 현대의 최고 건축가들이 설계한 첨단 건물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도시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건물 모습이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해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코펜하겐왕립도서관이나 웅장한 오페라하우스는 코펜하겐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으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취재 막바지였던 10월 4일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아이콘이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발전소 위 스키장’으로 불리는 ‘코펜힐’이다. 85미터 m높이로 우뚝 선 열병합발소인 아마게르 바케 발전소 위를 스키슬로프와 등산길로 꾸미는 과감한 발상으로 대표 혐오시설을 여가시설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지난 6월 왕립도서관 바로 앞에 문을 연 독특한 외관의 ‘블록스’(BLOX)는 코펜하겐의 새 랜드마크가 됐다. 코펜하겐의 3번째 자전거·보행자 전용 다리 ‘릴레 랑게브로’가 7월 개통하면서 더 접근성이 좋아진 이 곳에는 덴마크건축센터(DAC)와 덴마크디자인센터가 새롭게 둥지를 틀었으며 거주용 아파트도 함께 입주해 있다.

덴마크건축센터는 덴마크 건축의 과거, 미래, 현재를 볼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새롭게 장소를 옮기면서 마련한 기획전은 덴마크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꿈꾸고 지향하는 다양한 건축 컨셉들을 실감나게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메인 전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 다양한 건축물의 모형, 사진 등을 만나는 ‘10개의 선물전’이다.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레고’를 활용해 덴마크 최고의 건축그룹 BIG이 디자인하고 만든, 25개의 전 세계 마스터피스 건축물은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이 건축에 관심을 갖게하는 훌륭한 기획이었다. 또 건물 입구에 놓인 ‘퍼즐 하우스’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다양한 건축 조형을 만들어볼 수 있는 이벤트로 눈길을 끌었다.

센터에서는 또 코펜하겐 시내를 둘러보는 두 가지 타입의 건축 투어를 진행중이다. ‘A walk Through Time’은 역사적 건물과 현대적 건축물을 둘러보며 열린 광장과 건축의 변화를 둘러보는 투어다. 또 하나는 ‘Capital of Cool’이라는 타이틀로 코펜하겐의 혁신적인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투어다.

DAC의 흥미로운 전시와 함께 전시장을 가득 메운 학생과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건축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펜하겐=글·사진 김미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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