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그리고 정치라는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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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그리고 정치라는 블루오션
2017년 10월 11일(수) 00:00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지나고 모두들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 일상이 어떤 이에겐 직장이고 어떤 이에겐 조그만 구멍가게일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백수일지라도 무료한 일상은 다시 시작됐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유독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천공항에서는 연휴 기간 동안 1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이륙했다. 206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국내 여행지도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돈을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긁었고 국내에서 돈을 쓴 사람들도 재래시장보다는 쇼핑이 편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지갑을 열었다. 정부가 지난 2일을 대체 공휴일로 지정해 국내 소비 진작을 유도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장사가 안 됐다고 아우성을 칠 만하다.

만남이 잦아지는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이번 추석에도 먹고사는 문제는 여전히 화두였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은 가장 큰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이나 결혼 적령기의 조카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말조차도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추석 민심 ‘새 인물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 얘기도 식탁에 올랐다. 누가 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거나 거론되는 후보를 놓고 ‘2강 3약’이니 하면서 판세를 예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 속에 이견도 있었지만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사실엔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거물급들이 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광주에선 구청장들이 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으니 이들 구청장 후보군까지 포함하면 그나마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전남 지역 22개 시군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단체장이 3선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구속돼 권한대행 체제인 시·군은 입지자는 많은데 신선한 인물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지역도 기초·광역 의원, 퇴직 공무원들이 대다수이고 심지어 전직 시장과 군수가 재도전에 나선 곳도 많다. 전문가 그룹이나 30∼40대의 젊은 야심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일까. 무엇보다도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탓이 크다. 고향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표만 생각하는 근시안적이고 소신 없는 행정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렸다. 잇속을 챙기기 바쁜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행태는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를 낳고 있다. 민선 6기에서만 전남 지역 3개 시·군 단체장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돼 있고 무리한 행정으로 인한 소송전으로 민심이 갈가리 찢긴 곳도 있다.

3선을 했다고 자랑스러워 하기보다 지난 11년 동안 무엇을 남겼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단체장도 있다. 지난해 사석에서 만난 고위 관료 출신의 3선 단체장의 말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는데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임기를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취향에 열중해 있었고 그 자치구는 가장 낙후된 곳으로 머물러 있다.



정당에서 젊은 인재 양성을



이 시점에 지역에서 풀뿌리 자치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전국적인 명성으로 정치 입문 권유를 받고 있지만 정치인이 되기보다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정치의 역할이 큰데도 청년들이 무관심한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역발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정치만 한 블루오션이 없는 만큼 차근차근 준비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은 정치 아카데미를 만들어 청춘들이 정치에서 꿈을 키우게 하고 싶다고 했다. 준비된 젊은 정치인이 지역 발전을 이끌 것이란 소신이었다.

그의 말처럼 청년들에게 정치가 블루오션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유소년축구팀→성인축구팀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었듯이 지역 정치에도 청춘→성인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공천을 앞둔 정당들은 새 인물이 없다는 추석 민심을 되새기고 차제에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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