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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 <17> 바스티유 오페라
시민 혁명의 현장에서 오페라 대중화 깃발 들었다
2016년 12월 21일(수) 00:00
1989년 오페라의 대중화를 모토로 바스티유 광장 인근에 문을 연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전경.
프랑스 파리 12구 바스티유 광장에 가면 모던한 분위기의 아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 같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바스티유 오페라극장’(Bastille Opera·이하 오페라 바스티유)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파리 국립 오페라단이 상주하는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고풍스런 느낌의 여느 오페라 극장과는 다른 투명유리의 둥근 외관이 인상적이다.

오페라 바스티유가 현대적인 외관을 지니게 된 사연은 이렇다. 1980년 대 초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가 세계의 경제, 예술, 정치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과시하기 위해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를 추진하면서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를 대신할 제2의 국립 오페라 극장을 제안했다. 1860년대에 설립된 바로크 양식의 오페라 가르니에가 금박장식의 화려한 이미지로 인해 대중들에게 다소 권위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50년전에 지어진 탓에 시설이 낡은 데다 수용공간이 부족한 점도 반영됐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 누구나 쉽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오페라 바스티유를 프랑스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인 현장’에 개관했다. 자유·박애·평등의 이념이 살아 숨쉬고 있는 바스티유 광장은 최적의 부지였던 것이다.

오페라 바스티유는 철저히 오페라의 대중화를 모토로 다양한 기획과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 2015년부터 프랑스 국립 파리 오페라 극장을 이끌고 있는 스테판 리스너 대표는 당시 취임사에서 “오페라 후원 기금을 이용해 관객들이 좀 더 적정한 가격으로 관람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오페라 바스티유 음악 총감독을 맡은 정명훈 지휘자 역시 설립미션을 기반으로 오페라에 관심이 있는 파리지앵들을 위한 무대를 선사해 호응을 받기도 했다.

오페라 바스티유는 2000여 석의 메인 공연장, 450석의 원형극장, 237석의 스튜디오 등 3개의 공연장을 거느리고 있다. 상설단체로 매 시즌마다 180회 가량 공연하는 발레단, 매 시즌 280여 회의 공연을 갖는 오케스트라단, 112명의 구성된 합창단 등을 두고 있다.

특히 오페라 바스티유는 ‘문화를 통한 미래세대 육성’을 실현하기 위해 20만 원을 웃돌았던 티켓 가격을 10만원 대로 대폭 낮췄다.

또한 같은 가격이라도 학생들의 자리는 관람하기에 더 좋은 좌석을 배정했다. 돈 없는 학생들과 노년층을 위한 정부의 예술적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오페라 바스티유는 전문 예술가들과 일반 시민, 학생 등으로 나눠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 바스티유와 가르니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파리 국립오페라 아카데미’는 독보적이다. 오페라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전달(Transmission), 미래의 예술가들을 기르는 형성(Formation), 그리고 예술적 작품을 선사하는 창작(Creation) 등 3개의 과정으로 진행한다.

프로 예술가 양성 과정의 경우 오페라 바스티유와 가르니에의 단원들을 강사로 위촉해 어린이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영재클래스를 운영한다. 또한 매년 프랑스 전역에서 약 27명의 신진 예술가들을 선발해 1년 동안 오페라극장 단원들이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레시던시 프로그램도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은 미술, 의상, 조명, 목공, 음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부터 집중 트레이닝을 받는다. 1년 과정을 마치면 바스티유 오페라 단원들과 함께 2개의 오페라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일선 학교와 공동으로 유치원부터 대학생(4세이상 20세 미만)을 대상으로 정규교육과정에 문화예술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해 미래 세대의 문화마인드를 키우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담당 교사들의 역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오페라 아카데미와 연계해 공동 직무연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는 오페라를 단순히 감상하는 수동적인 교육이 아니라 오페라 작품에 참여시켜 오페라의 진수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10개월간의 오페라 학교’, ‘어린이 관객’ , ‘오페라 대학’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10개월간의 오페라 학교’는 유치원∼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파리시 교육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매년 파리시와 주변 도시의 30개 학교에서 약 2700∼3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춤추고 노래하며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오페라를 해석하는 독특한 체험을 접하게 된다. 한해 평균 2만 여명이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교육스태프는 6명이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60∼100명이 유동적으로 참여한다.

오페라 아카데미 디렉터 마리아 마조(사진)씨는 “어린 시절 오페라를 접한 사람이 적을 수록 오페라 바스티유를 찾는 파리시민들도 줄어들기 마련이다”면서 “일선 학교와 연계한 ‘10개월간의 오페라 학교’는 이론과 실기 등을 병행해 학생들이 미래의 오페라 애호가로 성장하게 하는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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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