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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14>오르세미술관
선진예술교육현장 탐방 역사를 驛舍 歷史를 만드는 시민
2016년 11월 09일(수) 00:00
쇠락한 기차역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되살려낸 오르세미술관의 1층 내부 모습. 〈오르세미술관 제공〉
미술애호가에게 파리는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로망의 도시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 내로라 하는 미술관이 한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브르가 선사시대의 예술품에서 근대 미술품까지 아우르는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면 오르세는 19∼20세기 초(1848∼1914년)의 미술품, 퐁피두는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품을 품고 있다. 말하자면 ‘한 지붕 세가족’이다.

이는 1980년대 초 당시 미테랑 대통령이 제안한 대형 문화예술 프로젝트 ‘그랑 프로제’(Grands Project)의 산물이다. 1947년에 건립된 인상주의 컬렉션의 보고인 ‘주드 폼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시대별로 분류, 이들 미술관에 분산 배치한 것이다. 때문에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은 계획만 잘 짜면 내실 있는 미술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고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루브르 박물관을, 현대미술을 선호하면 퐁피두 센터를 ‘공략’할 경우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오르세 미술관은 단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고미술이나 현대미술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인상주의 걸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전체 컬렉션은 회화, 조각, 사진, 그래픽 아트, 가구, 공예품 등 약 260만 여 점에 이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르세는 발길이 끊긴 기차역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되살린 역사(驛舍)미술관이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막에 맞춰 건설된 후 파리와 프랑스 남서부를 잇는 역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하지만 8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986년 12월9일 모습을 드러내자 “오르세 미술관의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은 바로 건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너비 40m, 높이 32m, 길이 138m인 거대한 내부 공간에는 1848∼1914년까지의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미술품들이 숨쉬고 있다. 인상파를 중심으로 신인상파, 후기인상파,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나비파, 아르누보 등 19세기의 주요 미술흐름이 연대기별로 정리돼 있다.

3층 구조인 미술관 1층에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 밀레의 ‘만종’ 등 사실주의 회화와 조각 컬렉션이 자리하고 있고 2층에는 상징주의, 아르누보 계열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3층에는 마네의 ‘올랭피아’, ‘풀밭위의 식사’,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인상주의 화가의 명작들이 소장돼 있다. 오르세 미술관의 한 해 평균 관람객수는 약 330만 명으로 개관 이후 7천여 만 명이 다녀갔다.

이 같은 인상주의 컬렉션은 근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 그 자체다. 예술가들은 19∼20세기 초의 역사와 시대상을 특유의 다양한 관점과 화풍으로 풀어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리즘, 인상주의 등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그 시대의 사회상과 인간의 삶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배경인 시대적 상황은 물론 문학, 역사, 미술사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바탕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생생한 미적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르세 미술관의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 디렉터인 로사 자우드(Rosa Djaoud)는 “우리는 작품의 단편적인 정보를 주입시키기 보다는 미술관의 소장품과 기획전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우드씨는 미술관의 1층에 전시된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오르낭의 매장’ (1849∼1850년 작) 앞으로 기자를 안내하며 오르세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단 한번도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평범한 소시민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점에서 문화시민을 양성하는 예술교육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의 예술교육은 학교수업과 미술관의 소장품·기획전을 연계한 학생 대상 교육과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크게 나뉜다. 미술관 프로그램의 참여를 희망하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는 사전에 학급별로 예약을 통해 에듀케이터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1개팀 25명 정도로 구성해 하루 평균 1만 2000여 명이 예술교육의 혜택을 누린다.

이들 가운데 ‘어린이 아틀리에’와 ‘찾아가는 미술관’ 은 간판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아틀리에’의 참가자들은 예술품을 둘러본 뒤 현장에서 바로 크로키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몸으로 하는 상상력 자극 놀이에 뛰어들 수 있다. ‘찾아가는 미술관’은 지리적인 여건이나 신체 장애 등의 이유로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1명의 에듀케이터가 학교를 찾아가 30명의 학생들을 맡아 약 1년 동안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준다. 교육기간 동안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여 점의 명작들과 만나고 여름방학시즌에는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해 실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갖는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해석을 곁들인 평가서를 작성한 후 토론 과정을 통해 최종 선택된 12개의 작품을 책자로 제작한다. 교육생들이 만든 일종의 컬렉션 가이드 북인 셈이다. 특히 미술관측은 이 책자에 학생들의 이름을 함께 게재해 참여의식을 고취시킨다. 수료식을 겸한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학생들과 1인당 5명의 가족들을 미술관으로 초청해 출판 기념회를 개최한다.

자우드씨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문화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과 가족들이 예술에 눈을 뜨게 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초기에는 30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지만 1년 후에는 가족과 친지를 포함해 300명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등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