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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광주’ 미생을 꿈꾸자
2014년 11월 26일(수) 00:00
중학교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 종례시간이 되면 우리 반 친구들은 마음이 바빴다.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일본 만화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캔디)를 보기 위해서다. 혹여 조금이라도 담임선생님이 늦게 교실에 들어 오시면 반장친구는 우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교무실로 달려갔다. 반장의 손에 이끌려(?)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학생이 무슨 만화냐“며 꾸중 섞인 목소리로 종례를 마쳤다. 반 친구들은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잰 걸음으로 교문을 나와 통학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자 역시 집에 도착하자 마자 TV 앞에 앉아 엄마의 잔소리에도 꿋꿋하게 캔디를 ‘본방사수’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되는 캔디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행복해 했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시절, 캔디는 요즘 말로 하면 국민만화였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밝고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캔디에 여학생들은 열광했다.

최근 ‘캔디’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자가 등장했다. 체감인기로 보면 ‘캔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바로 웹툰 ‘미생’, 아니 드라마 ‘미생’이다.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미생은 직장생활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그려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드라마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달 17일 케이블 방송에서 첫 방송된 이후 평균 시청률 6.3%, 최고 시청률 7.8%를 찍은 후 공중파 포함 전 연령 남녀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어디 그뿐인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인 만화 역시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미생 프리퀄’이란 모바일 영화로도 제작됐던 미생은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만화(전9권)도 한 달 사이에 170만 부가 팔리며 주간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섰다. 웹툰 하나가 여러 장르의 문화상품으로 퍼지는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로 진화한 것이다.

사실 웹툰이 대중문화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허영만 작가의 ‘타짜’와 ‘식객’이 영화로 개봉된 이후 출판, 연극, 드라마 등 2차 문화상품을 파생시키고 있다. 특히 광주의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만화가 강풀의 웹툰 ‘26년’은 지난 2006년 연재 당시 총 1억 페이지뷰를 기록한 동시에 영화로 제작돼 5·18의 전국화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웹툰은 고부가 문화콘텐츠로 잠재력이 크다. 한 때 몰래 숨어서 봤던 ‘비주류 문화’가 이젠 황금알을 낳은 대중문화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미래의 먹거리를 문화산업에서 찾아야 하는 광주가 웹툰제작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근래 광주는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CGI센터)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들이 풍성해지고 있는 추세다. 머지 않아 전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할 ‘광주산(産) 미생’이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