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월페’ 열기속으로
2014년 08월 27일(수) 00:00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번지 자라섬. 말 그대로 자라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곳이다. 10년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불과 800m 떨어진 남이섬이 드라마 ‘겨울연가’ 효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달리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자라섬은 전 세계 재즈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음악의 섬’으로 변신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돗자리를 깔고 따뜻한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즐긴다. 지난 2004년 10월 첫선을 보인 ‘자라섬 국제재즈 페스티벌’(JIJF·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빚어낸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재즈’라는 음악장르와 캠핑문화를 접목시킨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매년 국내외에서 17만 여명(생산유발효과 255억원)이 다녀가는 아시아 최고의 음악축제다. 지난해까지 누적관객수는 약 140여 만 명. 비록 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외국 관광객들은 일년전 부터 자라섬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일정에 맞춰 비행기를 예약할 정도다.

그렇다고 너무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광주에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아성을 위협하는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지난 2010년 문광부가 첫선을 보인 광주 월드뮤직페스티벌(이하 월페)이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의 핵심콘텐츠로 기획된 ‘월페’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브라질 보사노바 처럼 지역 민속음악과 대중음악을 접목시킨 월드뮤직의 경연장이다. 월드뮤직이라는 낯선 장르이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광주의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월페’는 지역의 여느 축제와 사뭇 다르다. 야외 잔디밭에서 열리다 보니 돗자리와 담요를 챙기는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게다가 격식있는 콘서트에선 입장불가인 음식들도 이곳에선 ‘프리 패스’(free pass)다.

지난 2012년 ‘빗속의 월페’는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전설로 남아있다. 전남대에서 열린 축제 첫날, 가만히 서 있기 조차 힘든 폭우에도 관객들은 우비를 입은 채 공연을 즐겼다. 이날 양방언 밴드의 아련한 음악은 비보다 더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 주었다. 무대에서 내려 오기 전 양방언은 관객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추켜 보이며 답례를 표했다.

2014년 월페가 오는 29∼30일 이틀간 문화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특히 올해는 10월 준공을 앞둔 문화전당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서구 풍암체육공원을 시작으로 광산구 쌍암공원, 북구 전남대학교, 남구 빛고을 시민문화회관을 전전하며 열린 순회공연을 청산하고 마침내 문화전당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매년 장소가 바뀌는 바람에 일관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월드뮤직의 미래’라 불리는 쿠바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마이라 안드라데를 비롯해 화려한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의 라인업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여름 밤, 탁 트인 잔디밭에서 가족들과 간단한 음식을 나누며 음악을 즐기는 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축제는 즐기는 자의 몫이라 했던가. 이번 주말에는 ‘월페’의 향연에 푹 빠져보자. ‘아 유 레디?’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