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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의 물’로 마귀 유혹에서 부처 지켜낸 ‘땅의 어머니’
⑤ ‘프라 메 토라니’와 푸시산
‘세계 유산’ 도시 전경 한 눈에
부처·여신 등 많은 이야기 산재
주민들 휴식처 이자 정신적 지주
수도승들, 산 돌며 수행 하기도
2014년 02월 03일(월) 00:00
‘신성한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푸시산에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의 이국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라오스 루앙프라방=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신성한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푸시산(Mountain Phou Si)은 도시 한복판에 솟아 있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심장이다. 해발 100m 높이에 불과해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깝지만 루앙프라방 자체가 해발 700m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 높이는 800m에 달한다.

푸시산은 루앙프라방 사람들에게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힌두 신화에 나오는 메루산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한다. 메루산은 우주, 즉 세계의 중심이 되는 산으로 힌두교 최고의 신인 시바 등 신들의 거처다. 라마야나 ‘우유 바다 휘젓기’ 편에서 불멸의 영약 ‘암리타’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한다.〈본보 2013년 4월19일자 14·15면〉

푸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328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100여 개 이상 오르면 오른편에 루앙프라방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보리수 나무가 나오고, 나무를 지나쳐 ‘Z’자 모양의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세워진 ‘촘시 탑(That Chomi)’을 만나게 된다. 촘시탑은 1804년에 세워진 황금탑이다.

푸시산 정상에 서면 루앙프라방을 끼고 흐르는 메콩강과 남칸강, 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십여 개 사원들과 붉은색 지붕으로 된 이국적인 건물 등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이 ‘루앙프라방이 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됐지?’라는 의문을 해결해 준다. 특히 해질 무렵 푸시산에서 바라보는 루앙프라방의 황금빛 노을은 최고라 할 수 있다.

푸시산은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많이 품고 있다. 그중 하나는 황금탑 뒤편 부처상과 부처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여신 ‘프라 메 토라니(Phra Mae Thorani)’상, 나가상으로 만들어진 작은 분수에서 만날 수 있다.

프라 메 토라니는 부처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여신으로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불교 사원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라오스·태국·캄보디아 벽화에 자주 등장한다. ‘프라(Phra)’는 ‘최고’, ‘성스러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메(Mae)’는 ‘어머니’, ‘토라니(Thorani)’는 ‘땅’ 또는 ‘지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라오스에서는 ‘땅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한다.

불교 설화에 따르면 프라 메 토라니는 머리에서 물을 뿜어내는 신성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분수대도 머리에서 물이 나오는 모양이다. 어느 날 강한 주술을 지닌 마귀 ‘마라(Mara)’가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잠겨 있는 부처를 유혹하려고 한다. 부처는 그동안 쌓은 공덕을 이용해 프라 메 토라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마라의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프라 메 토라니가 나타나자 마라는 코끼리 등으로 이뤄진 자신의 군대를 동원해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프라 메 토라니는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군대를 보고 오른손으로 땅을 내려친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면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다. 마라의 군대는 겁에 질리지만 물러서지 않고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녀는 머리에서 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시냇물 같던 물이 차츰 강으로 변했고, 급기야 바다의 거대한 파도로 돌변해 마라의 군대를 쓸어버린다. 결국, 파도에 휩쓸린 마라의 군대는 공포에 떨면서 길을 잃고 자멸하고 만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대표적으로 푸시산과 시내 중심가 교차로에서 프라 메 토라니 형상의 분수를 볼 수 있다. 고개와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양팔로 머리카락의 물을 짜내고 있는 형상으로 돼 있다.

프라 메 토라니는 잘록한 허리와 커다란 가슴을 가진 육감적인 여신으로 묘사돼 있다. 설화에는 부처를 돕는 역할로 등장하지만 사람들은 그녀 자체를 신격화해 추앙하기도 한다. 그녀의 머리에서 나오는 물은 자비를 베푸는 ‘보시의 물’로 불리기도 한다.

푸시산 곳곳에는 수많은 불상이 놓여 있다. 또 황금색으로 칠해진 전설 속의 ‘부처 발자국’ 두 개도 볼 수 있다. 하나는 사람들의 평범한 발 모양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약 1m 길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실제 부처가 푸시산 바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고 믿는다.

프라 메 토라니의 분수를 지나 더 내려오면 동굴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배불뚝이 모양의 불상이 나오는데 그 사연이 재밌다.

한 수도승이 동굴에서 수양을 하고 있는데, 그의 외모가 워낙 뛰어난 탓에 소문을 들은 여성들이 매일 그를 찾아왔다. 결국, 그는 음식을 많이 먹어 일부러 몸을 뚱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부처에게 기도를 올려 자신의 외모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뚱뚱한 불상을 세워 여성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는 결국 수행에 정진해 부처가 됐다고 한다. 루앙프라방 사람들은 그 부처를 ‘해피 부타’라고 부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김경인 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