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하루 … 옛사랑과 금기 없는 하룻밤 ‘사랑시장’
[5부 베트남 편] (3) 동바시장과 사랑시장
아내와 남편, 서로 시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
매주 일요일, 500여명 전통의상 물결 ‘동반시장’
문명 거부한 하장성 소수민족 ‘그들만의 세상’
아내와 남편, 서로 시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
매주 일요일, 500여명 전통의상 물결 ‘동반시장’
문명 거부한 하장성 소수민족 ‘그들만의 세상’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4시간 거리에 있는 최북단 동반지역에서는 매주 일요일 20여 소수민족이 한 자리에 모여 물건을 사고 파는 ‘동반시장’이 열린다.(아래)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위)
/베트남 동반=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소수민족이 많은 나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비엣족으로 85%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53개 소수민족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베트남 전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상당수 베트남 소수민족은 아직도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최북단 동반(Dong Van)지역에는 20여 소수민족이 대자연을 터전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베트남 동반은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약 350㎞ 떨어진 하장성을 지나 약 150㎞를 더 들어가야 한다. 기차로 갈 수 있는 사파와 달리 접근 수단은 차가 유일하다. 하노이에서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7시간 달려 하장성에 도착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하장에서 동반까지의 거리는 150㎞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 도로를 달려야 하는 탓에 7시간 이상 걸렸다.
하장성의 젖줄인 로(Lo)강을 따라 동반으로 향했다. 출발하자마자 “동반은 아무 운전 기사나 갈 수 없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났다. 달리는 내내 그랜드 캐니언이 생각날 만큼 아름답고 아찔한 풍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해발 1000m의 산악 지형, 그리고 산악 중턱과 정상을 오가도록 만들어진 도로는 겨우 차 한 대가 통과할 수 있었다.
3시간쯤 지나 엔밍(Yen Minh)으로 들어서자 중국 광서성과 국경지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고, 본격적인 카르스트 형 돌산이 펼쳐지기 시작됐다. 드디어 도착한 동반, 그리고 동반시장. 일요일 아침 매주 한차례 서는 동반시장을 찾은 인근지역 500여명의 소수민족들이 오색 물결을 이뤘다.
가이드는 “특별한 교통 수단이 없기에 저마다 이른 아침부터 많게는 3시간 이상을 걸어온 사람들”이라며 “시장 규모는 사파시장이나 박하시장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대부분 그들의 언어를 쓰는 탓에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동반에서의 여운을 뒤로 한 채 메오박(Meo Vac)으로 향했다. 메오박 커우바이(Khau Vai)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3월27일, 일 년에 단 하루 ‘사랑시장’이 열린다. ‘커우바이 사랑시장’은 기혼 남녀들이 일 년에 한차례 옛 애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장소로, 눙족과 따이족 두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이야기는 눙족의 가난한 농부 아들과 따이족 족장 막내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눙족 청년은 어느날 계곡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쫓아 간다. 그리고 한 계곡에서 아름다운 따이족 처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따이족은 이 아름다운 처자를 다른 마을 청년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고,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감시를 피해 만남을 이어갔고, 마침내 결혼을 약속한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두 부족의 격렬한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이족 사람들은 눙족 청년이 마을의 법도를 깨고 족장의 막내딸을 납치했다며 전쟁을 선포했고, 눙족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맞섰다. 두 부족 사람들의 피가 돌산을 물들이자 두 남녀는 결국 헤어졌고, 매년 헤어진 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날이 바로 음력 3월27일이다. 그리고 다음해 두 사람은 커우바이 한 계곡에서 만나 죽음을 선택한다.
그때부터 소수민족 사람들은 매년 커우바이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이를 시초로 옛 사랑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아내와 남편 모두 서로 시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랑시장은 짜이족 고유의 문화였지만 점차 사파지역 등 베트남 북부 지역으로 전파됐고, 다른 소수민족들도 이 문화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여류 소설가 이반(Y Ban)은 ‘보름달 시장 고목 밑둥이에서’라는 단편소설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오늘날 사랑시장에서는 예전처럼 남녀들이 옛 사랑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수민족 사람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먼 마을에서 온 소녀여/ 낯선 집에서 온 소녀여/ 그대 얼굴은 꽃처럼 아름답네요/ 다음 장터에서 만나요/ 우리 서로 눈빛을 나눠요/ 함께 미소를 나눠요/ 그리고 다시 함께 노래를 불러요.”
엔밍에서 만난 국제아동구호단체 플랜 베트남 소속 휘(30)씨는 “베트남에는 약 2000만명의 소수민족이 있고, 그중 100만명이 하장성 일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가난과 질병, 문맹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소수민족들을 위해 플랜코리아 등과 함께 구호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동반=김경인 기자
상당수 베트남 소수민족은 아직도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최북단 동반(Dong Van)지역에는 20여 소수민족이 대자연을 터전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하장성의 젖줄인 로(Lo)강을 따라 동반으로 향했다. 출발하자마자 “동반은 아무 운전 기사나 갈 수 없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났다. 달리는 내내 그랜드 캐니언이 생각날 만큼 아름답고 아찔한 풍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해발 1000m의 산악 지형, 그리고 산악 중턱과 정상을 오가도록 만들어진 도로는 겨우 차 한 대가 통과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특별한 교통 수단이 없기에 저마다 이른 아침부터 많게는 3시간 이상을 걸어온 사람들”이라며 “시장 규모는 사파시장이나 박하시장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대부분 그들의 언어를 쓰는 탓에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동반에서의 여운을 뒤로 한 채 메오박(Meo Vac)으로 향했다. 메오박 커우바이(Khau Vai)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3월27일, 일 년에 단 하루 ‘사랑시장’이 열린다. ‘커우바이 사랑시장’은 기혼 남녀들이 일 년에 한차례 옛 애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장소로, 눙족과 따이족 두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이야기는 눙족의 가난한 농부 아들과 따이족 족장 막내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눙족 청년은 어느날 계곡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쫓아 간다. 그리고 한 계곡에서 아름다운 따이족 처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따이족은 이 아름다운 처자를 다른 마을 청년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고,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감시를 피해 만남을 이어갔고, 마침내 결혼을 약속한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두 부족의 격렬한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이족 사람들은 눙족 청년이 마을의 법도를 깨고 족장의 막내딸을 납치했다며 전쟁을 선포했고, 눙족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맞섰다. 두 부족 사람들의 피가 돌산을 물들이자 두 남녀는 결국 헤어졌고, 매년 헤어진 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날이 바로 음력 3월27일이다. 그리고 다음해 두 사람은 커우바이 한 계곡에서 만나 죽음을 선택한다.
그때부터 소수민족 사람들은 매년 커우바이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이를 시초로 옛 사랑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아내와 남편 모두 서로 시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랑시장은 짜이족 고유의 문화였지만 점차 사파지역 등 베트남 북부 지역으로 전파됐고, 다른 소수민족들도 이 문화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여류 소설가 이반(Y Ban)은 ‘보름달 시장 고목 밑둥이에서’라는 단편소설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오늘날 사랑시장에서는 예전처럼 남녀들이 옛 사랑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수민족 사람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먼 마을에서 온 소녀여/ 낯선 집에서 온 소녀여/ 그대 얼굴은 꽃처럼 아름답네요/ 다음 장터에서 만나요/ 우리 서로 눈빛을 나눠요/ 함께 미소를 나눠요/ 그리고 다시 함께 노래를 불러요.”
엔밍에서 만난 국제아동구호단체 플랜 베트남 소속 휘(30)씨는 “베트남에는 약 2000만명의 소수민족이 있고, 그중 100만명이 하장성 일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가난과 질병, 문맹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소수민족들을 위해 플랜코리아 등과 함께 구호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동반=김경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