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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물리쳐라” 호수의 금거북이가 神劍 건네줘
[5부 베트남 편] <2> '호안 끼엠' 호수 전설
레 왕조 시조, 전승이후 왕위 올라
신검 되돌려줘 … ‘구국의 호수’로
2013년 06월 24일(월) 00:00
‘하노이의 심장’ 호안 끼엠 호수에는 ‘신검’(神劍)을 전해준 거북이를 기리는 탑이 있다. 베트남 레 왕조의 시조인 레 러이 왕은 이 신검을 명나라를 물리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베트남 하노이=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베트남 수도 하노이(Hanoi)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그 자체가 역사인 곳이다. 하노이는 ‘두 강 사이의 마을’ 또는 ‘물 가운데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2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100여 개의 호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호수에 얽힌 전설·설화도 많다.

하노이에서 가장 유서 깊은 호수는 구시가지에 있는 ‘호안 끼엠 호수’(Hoan Kiem Lake)로 ‘하노이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길이 700m, 넓이 200m 호수 주위에 펼쳐져 있는 오래된 무채색 건물들이 하노이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호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줄기에서 자라는 수염 같은 뿌리가 땅으로 뻗으면서 장관을 이루는 반얀나무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명절이나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호수 주위로 오색 연등이 붉을 밝히고, 이 오색 연등 불빛이 호수에 반사돼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호안은 ‘돌려주다’, 끼엠은 ‘검’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검을 돌려준 호수’라는 뜻으로 ‘환검호’(還劒湖)라고도 불린다.

호안 끼엠 호수의 이름은 베트남 후기 레 왕조의 시조인 ‘레 러이’(1384∼1433) 왕과 금거북이의 신검에 얽힌 전설에서 유래했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거북탑도 이 전설 속 거북이를 기리는 의미로 신성시되고 있다.

어느 날 레 러이 왕이 ‘녹수호’(호안 끼엠 호수의 원래 이름)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는 데 갑자기 금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레 러이 왕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신검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원래 그 검은 한 어부가 발견했다. 어부는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은 자신의 그물에 칼자루가 없는 커다란 검이 걸렸다. 예전 베트남 사람들은 하노이에 있는 수많은 호수에서 물고기 등을 잡으면서 생활했다.

그 검에는 ‘천의’(天意)라고 적혀 있었다. 이 어부는 그 검이 심상치 않은 검이라고 생각했고, 고이 집에 모셔두다가 길을 지나던 당시 의병장 레 러이에게 건넸다. 양반 가문 출신인 레 러이는 중국 명나라의 침략에 맞서 1418년 의병을 일으켰다.

하늘의 뜻인지 레 러이는 인근 반얀나무 밑에서 칼자루를 발견하게 되고, 그 검으로 명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왕위에 오른다.

레 러이 왕이 왕위에 오른 이후 그 신령한 금거북이가 나타나 “내가 보낸 칼”이라며 칼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레 러이 왕은 고마운 마음에 기꺼이 신검을 거북이에게 되돌려 주게 된다. 거북이는 그 칼을 물고 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졌고, 이후부터 호안 끼엠 호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금거북이가 갑자기 나타나 레 러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앗아 입에 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설도 있다. 레 러이는 부하들을 시켜 그 검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후에는 그 검이 본래의 임자인 용왕에게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이 전설은 베트남인의 구국정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베트남은 우리와 같이 중국의 침략을 수차례 받았다. 때문에 명나라를 물리친 이 전설을 사실처럼 믿었다. 레 러이 왕과 금거북이, 그리고 신검에 관한 전설이 호안 끼엠 호수를 더욱 유서 깊게 만들어준 것만은 사실이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호안 끼엠 호수 곳곳에 의미를 부여했다. 호수 중앙에 있는 거북탑도 실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한 직후에 중국인이 만든 것이지만 만든이의 의도와 달리 신성시하고 있다.

호수에서 만난 꾸왕씨는 “베트남 사람들은 그 거북탑을 전설의 상징으로 믿는다”며 “베트남에서는 나라를 도와준 거북이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거북탑과 함께 호안 끼엠 호수를 대표하는 것이 옥산사(玉山祠)다. 붉은 나무 다리를 지나면 옥산사 입구가 나오고 입구 양쪽에는 ‘좌청룡 우백호’가 그려져 있다. 옥산사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전형을 나타내는 것이다.

옥산사에서는 전설의 거북이를 만날 수 있다. 길이가 2m, 무게 250㎏에 달하는 거북이가 박제돼 있는 데 1968년 이 호수에서 잡힌 거북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옥산사를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이 거북이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빈다.

옥산사는 반얀나무가 아름다운 곳이다. 반얀나무 옆으로 놓인 정자 그늘 밑에서는 노인들이 장기를 두면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옥산사 용마루 한가운데에는 특이하게도 태양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안에는 세 차례에 걸쳐 원나라 대군을 물리친 베트남의 영웅 전흥다우 장군과 문·무·의를 상징하는 세 성인이 모셔져 있다. 또 관우 장군을 상징하는 상과 청룡언월도, 적토마도 만들어져 있는데 관우 장군을 신앙의 의미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안동에도 관왕묘(關王廟)가 있다.

취재진을 안내한 가이드 응아씨는 “이 거북이는 잡힐 당시에 수령이 400∼500년으로 추정됐다”며 “당시 베트남 사람들은 전설 속 거북이가 다시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김경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