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 왕국의 번영 손짓·몸짓으로 기원 ‘천상의 춤’
⑥ 압사라 (Ap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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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Angkorwat) 사원에 들어서면 서로 다른 두 가지 조각상과 부조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머리가 7개 달린 거대한 나가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앙코르와트 곳곳에 섬세하게 새겨진 압사라(Apsara) 부조다.
묘하게 몸을 꼰듯한 요염한 모습으로 새겨진 압사라는 풍만한 가슴과 한 손에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잘록한 허리, 하나같이 다른 형태의 몸 동작으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부조는 천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풍만한 여체를 가진 압사라 댄서가 마치 금방이라도 벽에서 튀어나와 현란하게 춤을 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전 방문을 반기는 듯 화사한 모습으로 새겨진 1700여 개의 압사라 부조는 앙코르 건축의 백미라 부를 만 했다.
압사라는 ‘천상의 무희’ 또는 ‘춤추는 여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압사라의 탄생은 힌두교 창세신화에 등장한다. 앙코르와트 회랑에도 대형 부조로 새겨져 있는 ‘우유 바다 휘젓기’.
〈본보 4월19일자 14·15면〉
신과 악마가 영생을 얻기 위해 비슈누 신을 찾아간다. 비슈누는 서로 싸우던 신과 악마에게 우유의 바다를 천년 동안 휘저으면 감로수가 나오는 데, 이것을 한방울씩 나눠 마시면 불사의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슈누의 설명에 따라 신과 악마는 우유 바다를 휘젓고, 그 과정에서 달과 태양을 비롯해 온갖 생명체가 탄생하고, 6억명이 넘는 압사라도 태어난다.
이 때문에 압사라는 크메르어로는 ‘물 위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중간단계에 있는 물의 정령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과 흡사하다.
압사라는 신은 아니지만 앙코르왕국 당시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유적 곳곳의 벽에 환희를 표현하며 춤추는 모습으로 새겨졌다. 당시 국왕들을 향한 신성 숭배를 유도하고, 사원 자체를 신격화하는데 쓰인 아이콘이었다.
압사라 댄스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전통 무용이다. 앙코르왕국의 멸망과 함께 자칫 사라질 위기에도 처했었지만 압사라를 지키려는 캄보디아의 노력으로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압사라가 추는 춤은 크메르 왕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왕실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캄보디아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다. 압사라 전용 공연장과 함께 큰 규모의 식당에 따로 마련된 무대에서 캄보디아 전통공연, 라마야나를 재구성한 공연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비슈누의 화신 라마왕자의 아내인 시타를 납치한 악신 라바나와 라마왕자의 부하인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격돌하는 모습을 표현한 공연과 하누만과 인어공주의 사랑, 처녀 총각이 사이좋게 바구니를 이용해 톤레 삽(Tonle Sap)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그 예이다.
무대에 올려지는 압사라는 부조보다 더 화려하고 황홀했다. 전통 음악에 맞춰 느리지만 부드럽고, 정적이지만 우아하고 섬세한 춤 동작이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금색을 위주로 화려하게 치장된 의상은 깊이를 더하게 만든다. 관객들도 압사라 댄서의 손과 발목의 꺾임, 동선의 이동에 눈을 떼지 못했고, 댄서의 관능미에 자연스레 매료됐다. 황실에서만 추어지던 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압사라 무용은 격식이 매우 까다롭고 동작이 어려워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세밀하게 움직이는 손동작은 ‘크밧’이라고 부르는 데 각각의 손가락 동작이나 몸동작, 발의 모양에 ‘수화’(手話)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팔의 모양이나 위치, 손가락의 움직임 등은 대부분 꽃과 나무와 같은 자연에서 따온 것들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인다.
무대에 오른 압사라 댄스를 보면서 앙코르와트 입구를 지키고 서있던 나가상이 생각났다. 댄서들의 몸동작이 마치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휘감기기도 하고 꿈틀거리기도 했다. 나가는 대지와 물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뱀이다. 물에서 태어난 압사라와 태생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했는지 모르겠다. 그랬기 때문에 압사가 댄서의 춤이 뇌쇄적이고 정열적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묘하게 몸을 꼰듯한 요염한 모습으로 새겨진 압사라는 풍만한 가슴과 한 손에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잘록한 허리, 하나같이 다른 형태의 몸 동작으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부조는 천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풍만한 여체를 가진 압사라 댄서가 마치 금방이라도 벽에서 튀어나와 현란하게 춤을 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전 방문을 반기는 듯 화사한 모습으로 새겨진 1700여 개의 압사라 부조는 앙코르 건축의 백미라 부를 만 했다.
신과 악마가 영생을 얻기 위해 비슈누 신을 찾아간다. 비슈누는 서로 싸우던 신과 악마에게 우유의 바다를 천년 동안 휘저으면 감로수가 나오는 데, 이것을 한방울씩 나눠 마시면 불사의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슈누의 설명에 따라 신과 악마는 우유 바다를 휘젓고, 그 과정에서 달과 태양을 비롯해 온갖 생명체가 탄생하고, 6억명이 넘는 압사라도 태어난다.
이 때문에 압사라는 크메르어로는 ‘물 위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중간단계에 있는 물의 정령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과 흡사하다.
압사라는 신은 아니지만 앙코르왕국 당시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유적 곳곳의 벽에 환희를 표현하며 춤추는 모습으로 새겨졌다. 당시 국왕들을 향한 신성 숭배를 유도하고, 사원 자체를 신격화하는데 쓰인 아이콘이었다.
압사라 댄스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전통 무용이다. 앙코르왕국의 멸망과 함께 자칫 사라질 위기에도 처했었지만 압사라를 지키려는 캄보디아의 노력으로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압사라가 추는 춤은 크메르 왕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왕실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캄보디아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다. 압사라 전용 공연장과 함께 큰 규모의 식당에 따로 마련된 무대에서 캄보디아 전통공연, 라마야나를 재구성한 공연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비슈누의 화신 라마왕자의 아내인 시타를 납치한 악신 라바나와 라마왕자의 부하인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격돌하는 모습을 표현한 공연과 하누만과 인어공주의 사랑, 처녀 총각이 사이좋게 바구니를 이용해 톤레 삽(Tonle Sap)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그 예이다.
무대에 올려지는 압사라는 부조보다 더 화려하고 황홀했다. 전통 음악에 맞춰 느리지만 부드럽고, 정적이지만 우아하고 섬세한 춤 동작이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금색을 위주로 화려하게 치장된 의상은 깊이를 더하게 만든다. 관객들도 압사라 댄서의 손과 발목의 꺾임, 동선의 이동에 눈을 떼지 못했고, 댄서의 관능미에 자연스레 매료됐다. 황실에서만 추어지던 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압사라 무용은 격식이 매우 까다롭고 동작이 어려워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세밀하게 움직이는 손동작은 ‘크밧’이라고 부르는 데 각각의 손가락 동작이나 몸동작, 발의 모양에 ‘수화’(手話)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팔의 모양이나 위치, 손가락의 움직임 등은 대부분 꽃과 나무와 같은 자연에서 따온 것들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인다.
무대에 오른 압사라 댄스를 보면서 앙코르와트 입구를 지키고 서있던 나가상이 생각났다. 댄서들의 몸동작이 마치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휘감기기도 하고 꿈틀거리기도 했다. 나가는 대지와 물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뱀이다. 물에서 태어난 압사라와 태생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했는지 모르겠다. 그랬기 때문에 압사가 댄서의 춤이 뇌쇄적이고 정열적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