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개방 후 더 심해진 영산강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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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개방 후 더 심해진 영산강 녹조
승촌보·죽산보 물 270만t 방류에도 남조류 세포수 급증
전문가 “일시 방류는 상황만 악화 … 보 허무는게 해결책”
2016년 08월 26일(금) 00:00
녹조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영산강 보(洑) 건설 이후 처음으로 수문을 개방했지만 오히려 녹조 현상은 더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녹조 현상을 부르는 남조류 번성을 막으려고 수백만t의 물을 일시 방류했지만 남조류 수치가 치솟아 최근 2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녹조현상이 심화할 경우 어류가 폐사하고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악취, 미관 훼손도 유발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절실하지만, 환경당국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 일시적 방류만 고집하고 있어 되레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영산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7일에 이어 지난 24일 영산강 승촌보, 죽산보 수문을 개방하고 보 안에 가둬뒀던 450만t의 물을 방류했다.

남구에 위치한 승촌보는 이날 오후 1시20분부터 1시간40분동안 초당 최대 200t의 물을 쏟아내 총 50만t을 방류했고, 나주에 자리한 죽산보는 이보다 앞서 오전 10시30분부터 6시간여 동안 초당 최대 400t씩 총 400만t을 방류했다. 지난 17일 영산강 수중보 건설 이후 처음 시행된 펄스형 방류와 비교하면 방류량은 180만t 늘었고, 수문 개방 순서도 승촌보를 연 후 죽산보를 열었던 것과 달리 전후가 바뀌었다.

당국이 잇따라 보를 열어젖히는 이유는 영산강을 온통 뒤덮은 남조류를 물과 함께 떠내려보내 녹조 현상을 완화하는 등 수질을 개선해보려는 목적에서다. 남조류가 창궐해 그대로 썩어갈 경우 물속 용존산소를 잡아먹어 어류 폐사 등 수생태계 파괴를 불러오고 악취와 미관 훼손도 피할 수 없어 ‘영산강을 죽인다’는 비난을 피해보려는 의도인 것이다.

대대적인 수문 개방과 지류하천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녹조 제거 활동에도 영산강 녹조현상과 수질악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죽산보 남조류 세포수는 1㎖당 1만4450개로 측정됐는데 수문 개방 하루 뒤인 18일 1㎖당 남조류 세포수가 7만1840개로 최근 2년새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녹조현상이 심각해졌다. 죽산보와 달리 승촌보 구간은 보 방류 이후 수질에 큰 변화는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측은 “승촌보, 죽산보 수문을 열고 방류하지 않았다면 되레 녹조 현상이 심각해 졌을 가능성도 있다. 보 방류가 녹조 현상 완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면서 “녹조 현상은 일사량, 강우량, 수온, 물의 흐름, 영양염류의 양, 용존산소량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생기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방류하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생태계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당장 여론의 눈총을 피해보려고 일시적인 방류를 한다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결과도 그렇지 않느냐. 보를 허물고 강이 강답게 흐르게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시적인 방류는 이미 죽어버린 남조류 일부를 흘려보낼 수는 있지만, 방류 이후 새 물이 유입되면서 용존산소와 영양염류를 공급해 녹조를 창궐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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