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이겨낼 종자 개발하고 아열대 양식으로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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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이겨낼 종자 개발하고 아열대 양식으로 활로
<9> 온난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해파리떼 출연·바다 사막화 비상
어종지도 급변 멸치·참돔 서식 늘어
우량 전복·참치 치어 연구 활발
2012년 07월 19일(목) 00:00
16일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 해역에서 잡힌 해파리떼. 일대 해역 수온이 섭씨 1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이달 초 노무라입깃 해파리 개체수가 기하급수적 으로 증가해 조업하는 어민들이 울상이다. /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
지난 16일 오후, 국내 최대 젓갈 새우 어장 중 하나인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 해역에서 조업에 나선 어민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어민들이 끌어올린 그물은 새우 대신, 해파리 수백 마리로 가득했다.

채 크지 않은 ‘노무라입깃 해파리’라고 해도 크기는 30∼60cm에 달했다.

해파리로 인해 기껏 잡은 물고기의 품질과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어구 파손에 따른 손해도 감수해야 하고 어업 기간에도 일을 할 수 없다. 어민들이 드넓은 바다만 바라본 채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기의 바다, 터전이 사라진다=전남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수온 상승으로 출현한 아열대성 해파리떼는 전남 뿐 아니라 제주 어민들의 속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우선, 어획량의 판도가 뒤집어졌다.

전남 서해 수온 상승은 갈치·갯장어 등 저층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동안 덜 잡혔던 멸치와 참돔 등 연안 난류성 어종 어획량은 크게 증가했다.

여수 등 남해안에서 참치가 잡힐 정도로 수온이 상승했다. 남서해수산연구소가 참치 양식을 위해 조성한 거문도 참치시험어장. 〈남서해수산연구소 제공>


양식 어민들도 고충을 털어넣는다.

수온 상승은 이동가능한 생물은 수온 변화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지만 바지락 등 고착성 연안 양식장 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남발전연구원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이용, 전남 수산업의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 평가를 벌인 결과, 해조류양식, 전복가두리양식, 연근해어업이 가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수산물은 김, 미역, 굴, 꼬막 등으로, 전남 대표 생산물이다.

김의 경우 성장기 알맞은 수온이 5∼8℃. 하지만 최근 기온 상승으로 종자를 바다에 넣는 채묘 시기는 과거보다 10∼15일 늦어졌고 생산량도 감소 추세다. 수온 상승으로 김 양식장은 전남에서 경기, 충청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김 생산지인 완도도 김 양식 대신, 전복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역에서 발생하는 끝녹음 현상도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잎이 통통해지지 않고, 잎 끝이 녹아 흐물흐물해지는 끝녹음 현상은 몇년전부터 보름가량 빨라지면서 이제 4∼5월이면 제대로 된 미역을 생산할 수 없게 됐다. 굴, 꼬막, 홍합 등도 기온 상승으로 채묘시기가 15∼20일 빨라져 6월을 넘겨서는 채묘 작업을 접어야 하는 형편에 이르고 있다.

‘꼬막 천국’ 강진 도암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10여 년 전만 해도 꼬막, 새꼬막, 참장어, 바지락, 백합이 지천에 널린 천혜의 황금어장이었지만 지금은 이들 어패류를 찾아볼 수 없어 외부에서 종패를 수입해 뿌린 뒤 수확해야 한다.

바다 사막화도 진행형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연구소의 조사 결과 2009년 현재 여수, 고흥, 완도를 중심으로 전남지역 261ha 해역에서 바다 사막화로 부르는 갯녹음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해수면 상승 등으로 한국판 모세의 기적인 진도 고군면 회동마을 앞바다의 바다 갈라짐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회동마을 주민 용현창(47)씨는 “10년 전에는 길게는 1시간 넘게 바다가 갈라졌는데 지금은 30∼40분이면 바다 갈라짐 현상이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해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어병 발생과 확산에 영향에 미치는 미생물 및 기생충 번식이 늘고, 태풍 파괴력이 커지고, 적조 발생도 빨라지고 장기화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회, 우량 종자와 아열대 양식 도전=18일 완도군 신지면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전복연구센터(센터장 조영철)는 어린 전복이 고수온에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고밀도 먹이생물을 배양하는 연구원들의 실험으로 분주했다.

고밀도 먹이생물은 어린 전복에게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집적화시키는 것. 수온 상승으로 전복 폐사가 많이 증가하고, 특히 어린 전복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고수온에서도 잘 자라고 내성이 강한 종자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다.

이곳에서 만든 고밀도 먹이생물은 최근 신지면 일대 전복양식장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높은 수온에서도 어린 전복이 폐사하지 않고, 더욱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조사돼 연구원들이 대량 생산 등 후속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조영철 센터장은 “해수 온도 상승으로 국내 전복 양식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면서 “고수온에도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해수온도 상승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바다 생태계의 변화로 기존에 잡히지 않았던 어종이 출현하고, 아열대 어패류의 양식도 가능해 진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수온상승에 따른 바다의 변화에 대비해 ▲연근해 어황 및 주요 수산자원 변화 관리 ▲미래 수산자원 확보 ▲연근해 수산업 재해 대비 ▲기후변화에 따른 어패류 종 조성 및 산란시기 변화 대응 ▲해조류 산업 활성화 ▲온도 내성·내병성이 강한 우량종묘 생산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도 아열대에 강한 우량 종자를 개발하고, 참치 등 아열대 어류를 양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해안 수온 상승으로 남태평양에서 살던 참치 양식을 국내에서도 시작한 게 가장 대표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산 연구다.

국내에서는 현재 남서해수산연구소가 전남 여수 거문도, 경남 통영, 제주도 등지에서 참치 치어를 잡아 연구 중이다.

4년 전부터 참치 양식 시험을 하고 있는 거문도에서는 현재 인근 해역에서 잡은 105마리의 참치 치어들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다. 수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한국의 겨울철에도 치어들이 동사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수준까지 연구가 진척됐다.

남서해수산연구소 황형규 박사는 “남해에서 참치 양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참치 치어를 성어로 키워 알을 받아내는 단계의 시험을 하고 있으며, 종묘 생산에 성공한다면 국내 참치 완전 양식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 모두의 노력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함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대처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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