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폭락···김장철 농민들 폭삭 망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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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값 폭락···김장철 농민들 폭삭 망했수다
해남 배추무름병 등 생육기 피해
수확은커녕 폐기 처리할 판인데
무·고추 등 가격 일제히 반토막
농협과 계약재배 농가 30% 불과
들쭉날쭉한 도매가격에 직거래
농가 “수급안정 대책 마련” 호소
2025년 10월 27일(월) 21:20
해남군 산이면 금송리 한 배추 밭의 배추가 지난 22일 무름병과 뿌리썩음병으로 축 처지고 물러진 채 널브러져 있다. <해남군 제공>
김장철을 앞두고도 배추 최대 주산지인 해남 배추농가들이 웃지 못하고 있다.

밭에 배추무름병 뿌리썩음병이 도져 수확할 배추도 안 남아있는데, 불과 2주만에 도매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가격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농가 뿐 아니라 무, 고추 등 김장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반토막나면서 농가에서는 “수급,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배추 전국 도매시장 가격은 8~9월 1200원대를 유지하다 이달 들어 500~600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배추 도매 가격은 1㎏당 평균 656원(지난 25일)으로 전년 동일 가격인 1643원 대비 60% 하락했다.

지난 4일 1715원이었던 배추 가격은 지난 5일 1210원으로 감소하더니 9일 834원, 10일부터 600원대로 떨어져 지난 18일에는 53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배추뿐 아니라 무, 고추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도 하락세다. 이날 기준 무 1kg 평균 도매 가격은 323원으로, 지난 14일 620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특품 20kg 한 박스 기준으로는 평균 1만1931원(지난 25일)에 그쳐 전년 동일 평균가격인 2만 8854원 대비 58.6% 감소했다.

청양고추 가격도 특품 10㎏ 한 박스에 평균 43316원(지난 25일)으로 지난해 동일 가격인 평균 10만 7408원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농가에서는 ‘곡소리’가 나고 있다. 배추 최대 주산지인 해남 지역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배추무름병과 뿌리썩음병 등으로 생육기 피해가 컸던 터라 농민들의 우려가 더욱 크다.

해남에서 9900여㎡(3000평) 규모로 절임용 배추를 재배하는 김효수(68)씨는 “올해는 배추가 다 썩어서 수확할 게 남아있지도 않다”면서 “도매 가격이 지나치게 변동이 심해 개인 직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작황이 안 좋을 땐 도매상을 믿고 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에서 청양고추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수(58)씨는 “작년 이맘때 10kg였다가 현재 3~4만원대밖에 안 나온다”며 “배추 3포기가 한 망에 들어가는데 가격도 많이 떨어져서 한 망에 이젠 단 1만 원도 안된다 추석 전에는 2만5000원까지 갔는데 너무 뚝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농협과 전남도 등에서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들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추석 이후 소비가 부진하면서 작물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가을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배추와 무 등 생육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대로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 데다 여름배추부터 최근 소비 감소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농협 측은 “차라리 농협계약재배를 통해 출하할 경우 훨씬 안정적으로 수입보전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농협도 모든 물량을 다 매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농협 역시 노동력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인 데다, 기후에 따라 시세와 작황 상태 차이가 천지차이인 잎채소의 경우 이를 재배일정에 모두 맞춰서 관리하기에는 더욱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전남 지역 농지 중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곳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농민들은 “유통 투명성을 확보하고 농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협에 매입 물량을 늘려서 계약재배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처럼 작물이 병해를 입거나 가격이 폭락해 폐기 조치가 내려질 때, 계약 재배를 했다면 1차 보상 대상에 포함되는 등 최소한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길(68)씨는 “요즘 농민들 원가 부담이 너무 크다. 비료, 농약, 인건비, 종자값까지 다 오르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농민 몫이다. 비료회사나 종자회사는 안 망한다. 결국 망하는 건 농민이다”며 “농민도, 도시 소비자도, 정부도 다 좋으려면 정부가 농민 소득 보전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금배추라고 난리라고 해도 정작 농민한텐 남는 게 없다.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농산물 가격안정제 및 안정 생산·공급 지원사업’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현행 ‘가격·출하 안정제’ 중심의 수급 안정 사업을 지자체 차원의 ‘수급관리센터’를 설치해서 선제적 수급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전남농협본부 관계자는 “각 산지 지역별 농협들도 인력 부족으로 계약재배 관리에 한계가 있다. 대부분 판매계 직원이 겸임하는 구조다. 포전 관리, 비료·약제 지원 등은 농협별로 달라 일관된 관리가 어렵다”며 “배추의 경우 무름병에 대해서 재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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