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재난상황 실시간으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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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재난상황 실시간으로 알려드립니다”
극한 호우때 빛난 광주시민방송 ‘마을재난방송’ 활동가들
주부·소방관·청년 등 라디오·유튜브로 피해 상황 실시간 전달
“마을 단위 네트워크 적극 활용…지역민 보호 위한 방송 최선”
2025년 08월 13일(수) 19:55
유영주 광주시민방송대표(오른쪽)가 마을재난활동가들이 보낸 현장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마을재난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민방송 유튜브 갈무리>
“저는 지금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 광주여대 인근에 나와 있습니다. 양동이로 쏟아붓듯 비가 많이 내리고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있어 운전자, 보행자분들 모두 조심하셔야 합니다.”

“북구 중흥 1동은 발목까지 물이 찬 상태입니다. 평소에도 물이 자주 차는 지역인데 빗물 배수로가 막혀있어 위험합니다. 차량 통행이 어려우니 우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광주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3일 라디오에서는 비 피해 상황을 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광주시민방송이 올해 처음 시작한 ‘마을 재난방송’에서 12명의 마을 활동가들은 리포터가 돼 생생한 현장을 전달했다.

광주시민방송은 2016년 개국해 기후위기,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비영리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다. 전국 또는 수도권 위주의 재난을 다루는 중앙방송과 달리 우리지역의 상황만 중점적으로 다루는 방송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번에 재난방송 제작에 나섰다.

마을 재난방송은 극한 호우 등 지역민 안전이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라디오(FM88.9MHz)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자치구와 동 별 피해 상황을 전달한다. 특히 상습 침수구역인 신안동, 삼각동, 중흥 1동, 효덕동, 상무 1동 등 5개 동에 서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영주 광주시민방송 대표가 진행을 맡고 주부, 소방관, 자영업자, 청년 등으로 이뤄진 마을 활동가들은 방송국 SNS를 통해 각자의 위치와 현장 사진·영상을 보낸 뒤 현장 전화 연결을 통해 상황을 알린다.

김현자(여·60) 마을활동가는 이달 3일 자신이 살고 있는 신안동에 집중된 비 피해를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렸다. 그는 도로와 인도까지 물이 가득 차 신안교 사거리 통행이 어렵고 침수 위험이 있어 우회해야 한다는 사실을 현장감 있게 전달했다.

“30년간 신안동에 살며 겪은 비 피래 중에 올해 여름이 가장 심각했습니다. 이웃의 집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차량은 침수 위기에 처해 무섭고 막막했죠.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고 전화 중계로 사람들에게 신안동의 상황을 알렸습니다.”

신안동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인 그는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용봉초 대피소에 차량으로 이동시켰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안교 옆 거주민들을 위해 대피소 내 텐트를 설치했다. 또 비가 발목까지 차기 시작했을 때는 곧장 도로 밖으로 나가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들을 이동시키기도 했다.

25년 경력의 소방관 최장기(55) 광주 서부소방 민원팀장도 마을 재난방송 활동가다. 하루 만에 4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지난달 17일과 밤 사이 시간당 최대 80㎜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진 이달 3일 비상근무했던 그는 실시간으로 마을재난방송을 들으며 활동가들이 전하는 산사태 우려 지역, 비 피해가 큰 지역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재난 때마다 피해 현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는 “매년 기후 위기로 인한 풍수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올해도 비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마을 재난활동가로서 지역민들에게 위험한 곳을 빠르게 알리고 경각심을 높여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시민방송은 앞으로도 마을 재난 방송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강금령 광주시민방송 방송본부장은 “호우 피해뿐 아니라 폭염과 폭설 등 광주지역 특보, 경보, 주의보 등이 내려지면 마을단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광주 지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송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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