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낙차에 이동 어려워…살던 물고기도 사라졌다
물길 끊긴 魚道...생태계도 끊겼다 <2> 광주·전남 부실 어도 실태
■어도 설치 의무 안지켜
광주136곳 중 30곳 설치 22%
전남 4778곳 중 953곳 19.9%
■행정편의적 일괄 설계
유속·수위·어종 등 고려 않고 설치
수면 낙차 1.3m도…이동 불가능
■어도 설치 의무 안지켜
광주136곳 중 30곳 설치 22%
전남 4778곳 중 953곳 19.9%
■행정편의적 일괄 설계
유속·수위·어종 등 고려 않고 설치
수면 낙차 1.3m도…이동 불가능
![]() 순천시 서면 운평리(운평리8)에 설치된 불량 어도를 지난달 9일 주민 박종완(53)씨가 바라보고 있다. |
![]() 인근의 운평리9 어도 출수부(물고기가 상류 하천으로 나가는 상류단)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이다. |
곡성군 오곡면 덕산리에 사는 허인구(67)씨는 물고기를 찾으며 뛰놀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지금 어도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도는 하천을 따라 상·하류를 오가는 물고기의 회귀 본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생태계 복원의 핵심 인프라인데, 설치율도 낮고 불량률도 높다 보니 물고기가 상·하류를 오갈 ‘길’이 끊기고 결국 물고기 수가 줄어들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법이 지난 2005년 개정되면서 수산생물의 이동권을 보장해 수생 생태계의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의무 규정임에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설계… 이름만 ‘물고기길’=그나마 설치된 어도조차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속과 수위, 하천의 지형과 어종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만 갖추는 식으로 만들어진 어도가 상당한데다, 사후 점검과 유지관리 체계도 부실한 형편이다.
농어촌공사가 파악하고 있는 기능을 못하는 광주·전남 ‘불량’ 어도는 114곳으로, 광주시 광산구 2곳, 장성 20곳, 해남 15곳, 순천 14곳, 강진 12곳, 담양 11곳, 화순 10곳 등이다. 곡성(5개)·구례(6개)·보성(7개)·장흥·나주(이상 3개)·영광·함평(이상 1개) 등지에서도 적지 않다.
현장 점검 결과, 물이 흐르지 않고 낙차가 30㎝이상으로 심하거나 구조물이 파손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곡성군 오산면 청단리의 보 중앙에 계단식 형태로 설치된 어도(강달 어도1)는 물 흐름이 없고 수면 낙차가 1.3m에 달해 만약 물이 있다해도 어류가 어도로 이동하는 것 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곡성군 오곡면 덕산리 보에 설치된 2개의 어도(승법리3어도1· 2)는 입구·출구 높이 차가 80~90㎝에 이르고, 어도 일부가 파손돼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도 뿐 아니라 해당 보 배수구 역시 3개 중 왼쪽과 중앙의 배수구가 토사에 막혀있고, 1개에서만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영광군 영광읍 양평리의 어도(영광천1 어도1)는 내부에 콘크리트가 가득 차있는 형식으로 설치돼있었다.
◇관리도, 점검도 부실=경사도나 낙차 등 어도 설계가 제대로 됐더라도 돌로 막혀 있거나 수풀로 가득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기능을 못하는 어도도 많았다. 농어촌공사나 시·군 등의 점검,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얘기다.
순천시 서면 운평리 계단식 어도(운평리8)도 입수부가 돌로 막혀 있고 낙차도 심해 어류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인근에 사는 박종완(53)씨는 “어도가 있어봤자 무용지물이다. 수풀에 막혀 길이 될 리가 없다”며 “지금 시골 하천에서 물고기를 찾아보는 건 너무 어렵다. 살 길이 없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겠냐”고 말했다.
곡성군 입면 매월리의 어도(매월3어도1)는 토사와 수풀이 가득해 구조물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순천시 주암면 창촌리의 어도(원 어도1)역시 내부에 물이 흐르지 않고 구조물 7개는 모두 파손돼 있었다. 또 물고기가 어도로 들어가는 입수부에 돌 덩어리가 쌓여있는 등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하천 생태계 단절 문제는 잘못된 설계와 관리 부실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설치 당시 유속·수위·어종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만 따라 만든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어도는 물고기의 회귀와 산란을 가로막으면서 결과적으로 어업 자원 감소와 지역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하천은 유량, 어종, 계절 특성이 제각각인데 행정 편의적으로 일괄 설치된 어도들이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