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되고 새로운 미래를 점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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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결되고 새로운 미래를 점유한다
전남도립미술관 국제전시 ‘Occupy’
한국·우크라·홍콩 등 작가 참여
‘점유하는 광장’모티브 9월3일까지
인간의 존엄·공동체적 연대 환기
2025년 06월 10일(화) 19:30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 3일까지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를 주제로 국제전시를 진행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누그로호의 ‘혼돈 속의 아름다운 시간’.
“폭격 등 실제 전쟁의 소리를 재현했습니다. 현재로선 전쟁을 중지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죠.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영토를 넓히는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습니다. 전시실에서는 생존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이번 전시는 함께 연대하고 그 연대를 매개로 ‘점유한다’는 데 의의가 있죠.”

우크라이나, 폴란드 작가들로 구성된 ‘Open Group’은 전남도립미술관 국제전시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10일~9월 3일)에 참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 오픈에 앞서 9일 가진 간담회에서 Open Group은 “현 상황에서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연결, 연대가 절실하다”며 “전쟁 초창기에는 국제사회 지원도 많았지만 점차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오늘의 세계적 상황, 국내적 상황과도 맞물려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얼마 전까지 윤석열 파면을 둘러싼 우리의 찬반 대립도 심각했다.

이지호 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점유하는 광장’을 모티브로 인간 존엄과 공동체적 연대를 환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Occupy’는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넘어 빈 자리에 이야기를 채우고 침묵에 목소리를 더하는 행위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의 관점에서 ‘Occupy’는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 제한되지 않는다”며 “질문을 던지고, 예술로 답하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연결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에서는 권승찬, 이세연, 이산 등 한국 작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등 모두 9명 작가 20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실 입구 벽면을 가득 채운 인도네시아 에코 누그로호의 ‘혼돈 속의 아름다움 시간’. 무질서해 보이면서도 나름의 조화로운 미가 투영된 작품은 환상적이면서도 신비롭다.

작품 주제에 대한 질문에 에코 누그로호는 “얼핏 판타지로 볼 수 있겠지만 회화 작품이다. 현실의 부조리와 불의 등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며 “그리는 행위를 통해 전시 주제인 ‘Occupy’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정보를 우리가 ‘점령한다’는 의미를 포괄한다”고 답했다.

화려한 색감, 신화적 분위기, 만화적 상상력은 역설적으로 사회 부조리와 폭력 등을 은유한다. 입구부터 벽면, 옆쪽의 유리창까지를 뒤덮은 그림은 전시실 뿐 아니라 미술관 내부를 이색적인 분위기로 물들인다.

역사적 사건과 일상적 사건을 중첩해 사진으로 표현한 이세현 작가의 ‘에피소드 시리즈’는 전시라는 기존 형식을 탈피했다.

이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 돼버린 사진들과 일상적 삶을 담은 신문을 활용해 벽화처럼 구현한 점이 특징”이라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만 하더라도 12·3 계엄, 제주항공 사고, 산불사태 등 너무 많은 사건 사고가 있어났다. 현장에 다가가다 보면 사고 너머의 다른 공간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권승찬 작가의 회화 ‘무기력한 풍경’과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가?’는 연동돼 있다. 전자는 보도연맹 사건 당시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 등을 답사하고 그린 작품들이며 후자는 기억의 복원과 증언을 담은 설치 작품이다. 권 작가는 “보도연맹 사건으로 제 고향 장흥을 비롯해 남도에서도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다”며 “여러 지역의 리서치를 통해 금기시했던 당시 희생자들과 끔찍했던 국가 폭력의 실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타자와 더불어 봄을 이룬다’를 출품한 이산 작가는 ‘광장’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설치 작품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이불은 광장을 상징한다”며 “이불 틈 사이에 마이크를 배치한 것은 광장은 한두 사람이 아닌 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행위로 그 의미가 구현된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세령 학예사는 “이번 국제 전시는 최근 이슈에 발맞추기 위해 기획됐다”며 “광장의 울림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적으로도 연대의 의미를 함의한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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