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타려고 43분 기다려…‘DRT 버스’ 탑승 아직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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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타려고 43분 기다려…‘DRT 버스’ 탑승 아직은 불편
허덕이는 전남 버스 활성화 방안 급하다 <중> 시·군 대안형 대중교통 타 보니
콜택시+버스 장점 결합해 운행
나주혁신도시·영암 2개 지역 운영
버스 1대 당 1~3명 탑승 이용 저조
대기 시간 길어지고 고령층 외면
‘100원 버스’는 이용률 파악 안돼
대안형 버스 취지 제대로 못 살려
2025년 04월 24일(목) 20:05
24일 오전 11시 30분께 나주 콜버스를 탑승한 오승미(여·40) 씨와 딸은 원도심으로 노선 확대, 콜 취소로 인한 대기시간 변동 문제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 24일 오전 10시 50분 나주빛가람동 우정사업정보센터 정류장에서 앱(바로 DRT)으로 ‘나주 콜버스’를 불렀다. 도보로 40분(2.4㎞) 걸리는 나주빛가람중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휴대폰에 ‘배차 완료’라는 팝업 메시지가 바로 떴는데, ‘40분 후 승차 예상’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어왔다. 정류장에서 기다린 지 43분 만에 버스는 도착했다.

버스는 출발한 뒤 다른 승객이 탑승하자 같은 도로에서 두 번이나 ‘유턴’을 반복하더니 11분을 달려서야 목적지 인근 정류장에 도착했다. 나주빛가람중까지는 여기서 5분을 더 걸어야했다. 걸어서 40분이면 되는 거리를 버스로는 40분 기다려야 하고 다시 10분 걸려 타고 가다 내린 뒤 5분 걸어가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셈이다.

나주교통 셔틀버스를 운전하며 ‘100원 버스’ 사업에 동참 중인 한재현 기사는 “금천중, 빛가람 초·중등학교, 빛누리초 등에서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 탑승 수요가 많다”고 했다.
전남지역 시내·외 버스 및 농어촌 버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시·군을 중심으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콜택시와 버스의 장점을 결합한 DRT는 지난 2023년부터 혁신도시를 비롯, 화순·영암 등 3곳에서 도입됐지만 화순이 한 달 간 시범 운영만 한 뒤 중단하면서 2곳에서만 운영중이다.

나주의 경우 성인 기준 1000원(청소년 100원)을 내면 혁신도시 내 65개 버스승강장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나주시는 국·시비 9억 2755만 7000원을 투입해 노선을 정비하고 버스 6대(예비 1대 포함)를 운영중이지만 지역민 불만은 적지 않다. 우선 콜서비스가 있다지만 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주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나주시의 ‘나주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콜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DRT를 이용한 승객은 19만6897명으로 집계됐다.

작년부터 나주형 DRT인 나주콜버스를 운전해 온 배 기사.
빛가람중 인근 정류장에서 만난 정한례(여·70)씨는 “콜버스(DRT)가 뭐냐, 본 적은 있는데 어떻게 타는 지, 탈 수 있는 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배차 시간을 늘리는 일반 버스에 비해 대기 시간을 훨씬 짧게 했다는 도입 취지도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바래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4분(9월), 15분(10월), 16분(11월), 17분(12월)이던 콜버스 평균 대기시간은 지난해 20분 대로 늘어나더니 올해도 22분(1월), 25분(2월), 22분(3월)을 기다려야 탈 정도로 늦춰졌다.

현장에서는 40분 걸려 버스를 타는 등 나주시가 제시한 평균 대기 시각보다 탑승하는 데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제한적 운행 구간도 불만을 낳고 있다. DRT를 탄 오승미(40)씨는 “자녀들이 자주 찾는 도서관이 있는 원도심은 운행하지 않아 불편하다”고 했다.

‘100원 버스’도 전남 시·군이 도입해 운영중인 대안형 대중교통이지만 갈 길이 멀다.

전남에서는 목포·여수·순천·광양 등 4개 시와 담양·고흥·보성·화순·강진·영암·무안 등 7개 군은 100원 버스를, 완도·진도·신안은 ‘0원 버스’를 운영중이다. 이들 14개 시·군이 투입하는 예산만 113억 700만원(시·군비)에 이른다.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학생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100원만 받고 운영하는 버스지만, 현금 탑승객 등 정확한 이용률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나주의 경우 카드사용자를 대상으로 탑승객을 파악한 뒤 1인당 1050원을 버스회사에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전남 지역에 많지 않은 청소년들만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는 점, 전남 대부분인 중·장년층을 배제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정책 등으로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시내버스·농어촌버스 등 1188대(노선 1405개)의 재정 적자를 덜어주기 위해 지원하는 금액은 331억(2023년 기준)에 이른다. 전북(309억원), 경북(215억원), 충남(190억원)보다 훨씬 많다. 재정지원금과 별개로 각 시·군이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특별교부금도 300억여원(2021년)→370억여원(2022년)→400억여원(2023년)으로 매년 상승세다.

전남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타는 사람이 없다보니 수익이 맞지 않는다며 노선을 없애는 버스회사에게 예산을 지원해주고 버스를 운행토록 하는가 하면, 아예 버스를 사들여서라도 대중교통 운행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 교통 인프라를 갖춰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더 많은 인구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게 이들 자치단체 판단이지만 자치단체 만으로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준 전남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요응답형 교통체계의 성과를 분석하고 지자체, 운수사, 플랫폼사, 연구원 등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인구소멸지역의 적절한 교통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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