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을 품은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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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을 품은 공간들
‘도시여행자를 위한 재생 공간 산책’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 발간
전일빌딩245·인문학당·동명동 등
2025년 02월 24일(월) 20:15
광주 동구에는 유서 깊은 문화자산들이 많다. 5·18의 상흔을 간직한 전일빌딩245.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참상을 장편소설로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정치한 문장과 감수성이 투영된 수작이다. 당시 계엄군들의 무자비한 살상과 폭력을 시민들이 어떻게 견디며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의 이야기이다.

광주 금남로는 ‘소년이 온다’ 주인공들이 걸었던 길이자 죽어갔던 공간이다. 지금도 금남로 일대는 당시 상흔의 역사가 오롯이 드리워져 있다. 금남로 한 복판에 서면 아련히 들려오는 ‘소년의 온다’의 주인공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일빌딩245는 5월 그날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68년 금남로 1번지에 세워진 건물은 5·18 당시 광주일보 전신 옛 전남일보와 전일방송이 입주해 있었다. 전일빌딩245는 번지수가 아닌 당시 총탄 자국의 개수다.(그러나 국과수 감식 결과 탄흔이 25개 추가 발견돼 흔적은 270개다)

현재 전일빌딩은 외관 형태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내부는 새롭게 바뀌었다. 즉 재생공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시민문화공간이, 5층부터 7층은 문화콘텐츠 공간이, 9층과 10층은 5·18기념공간이 들어서 있다. 8층과 옥상은 카페 및 휴게공간이다.

근대가옥에서 인문학 사랑방으로 재탄생한 동구인문학당.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도시여행자를 위한 재생 공간 산책’은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다. 동구 원도심의 재생 공간을 의미있고 생생하게 소개하는 책으로 ‘소년이 온다’ 현장을 비롯해 ACC, 인문학당, 동명동골목길, 남광주역, 여행자의 집, 남광주시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역사가 깃든 공간을 허물지 않고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담보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천주교 사제들이 5월 당시 농성을 벌였던 광주가톨릭센터는 5·18기록관으로 바뀌었다. 기록관은 2015년 5월 개관했으며 이에 앞서 2011년 5·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시실과 열람실에서는 5·18 관련 사진, 기자들의 취재수첩, 일기, 성명서 등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동구에는 많은 문화자산이 산재해 있는데 동구 인문학당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광민 건축사는 이곳에 대해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필요를 반영한 절충 양식의 건축으로 서민들의 주택에 대한 변화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명 ‘박옥수 가옥’으로 불리는 주택은 1954년 지어졌다. 양옥과 한옥이 결합된 집은 고풍미와 세련미를 발하며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잇고 있다. 주차장 부지로 철거될 운명이었지만 건축학적 가치가 인정받아 존치될 수 있었다.

리모델링한 공간은 가옥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새로 증축한 인문공간, 부엌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행자의 집은 광주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남 교육감 관사로 활용됐던 곳이다. 리모델링을 거쳐 도시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담장을 없애 초록마당으로 연결해 1층은 안내데스크, 관광굿즈 편집숍이 들어서 있고 2층은 캠크닉(캠핑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남광주역과 남광주시장은 옛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정겨운 곳이다. 물론 옛 역사 모습이나 고전적인 시장의 풍경은 사라졌지만 기저에는 추억과 감성이 녹아 있다. 남광주역에는 기관차 커뮤니티가 마련돼 있으며, 푸른길 조성 과정 등 역사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기차는 오지 않아도 옛 남광주역 광장에는 시장이 선다. 새벽 장이 끝나면 남광주 상설 시장이 하루를 연다.

남광주역 플랫폼에 있는 기관차 커뮤니티 공간.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이밖에 광주의 시간들이 켜켜이 스며 있는 동명동 골목길을 비롯해 커피 문화, 골목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카페거리 등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모습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들이다.

임택 청장은 “낡고 쇠퇴한 도심 공간들을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는 문화라는 마법을 보태어 새로운 생명력으로 창조해왔고 지금의 라이프스타일과 통하는 삶과 문화의 공간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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