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돌봄’ 전문 요양마을·치유농장 조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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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돌봄’ 전문 요양마을·치유농장 조성돼야
시민행복발전소, 정책토론회
환자 수 증가…간병부담 가족 집중
선진국 벤치마킹 ‘전문 단지’ 필요
2024년 10월 01일(화) 20:15
광주·전남지역에 치매돌봄을 위해 치매요양행복마을과 치유농장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치매 환자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혐오시설로 인식된 치매요양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시민단체인 시민행복발전소 주최로 최근 광주시청에서 열린 ‘치매요양행복마을과 치매돌봄치유농장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은 발제문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와 간병 부담은 가족에게 집중돼 있다”면서 “광주·전남에도 네덜란드 호그벡마을 같은 관광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광주·전남 지역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2015년 5만 5919명에서 2023년 8만 171명까지 매년 증가세다. 치매 유병률 역시 9.7%에서 11.5%로 늘어났다. 85세 이상의 치매유병률을 따져보면 2023년 기준 38.4%까지 치솟았다.

박 원장은 “전체 노인 인구의 10%, 85세 이상의 30% 내외가 치매를 앓게 되지만, 대부분 치매 요양시설이 일반 노인요양시설과 통합돼 있어 적합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치매노인에 대한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등급별·상태별로 필요한 일상생활 서비스의 내용이 다르지만 요양보호사 및 치매 전담인력 확보가 힘든 탓에 치매환자들에게 맞는 돌봄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신체활동에 제약을 받고, 심지어 학대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분석이다.

2016년 시설 내 노인학대는 238건이었으나 2021년 전국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6774건 가운데 생활 시설 내 학대는 536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광주에서 치매에 걸린 90대 부모를 돌보고 있는 김용일(62)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가족이 치매환자를 돌보면서도 일상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3년 전부터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치매에 걸리자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왔다. 부모님이 요양원 입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전문가인 가족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어린 아이로 취급하거나 평범한 습관도 치매 증상으로 오인하는 등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했다”며 “무엇보다 가족마저 일상을 잃고 점차 지쳐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치매환자가 인생 말년을 갇혀서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거나 온가족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등의 선진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008년 조성된 호그벡 마을은 세계 최초의 마을형 치매요양시설로, 한 집에 6~7명의 치매환자가 함께 거주하면서 일상을 누린다는 점에서다.

27채의 주택이 한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간병인과 자원봉사자들은 레스토랑 직원, 수리공, 마을 주민 등을 연기하며 자연스럽게 치매환자들을 돌본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치매 환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치매환자 가족들과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됐다. 광주·전남 치매 환자들이 요양시설에 단순 수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요양시설이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훈 시민행복발전소 민생경제위원장은 광주에서 치매요양행복마을을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광주시 광산구 삼도동 일대에 조성 예정인 미래자동차 국가산업단지 활용을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자동차 국가산업단지에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택지가 개발될 예정인 만큼 일부에 광주도시공사가 전략적으로 치매요양행복마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광주·전남 상생모델로서 담양, 함평, 나주, 화순 등에 부지를 선정하고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텃밭, 휴양단지와 함께 치매타운을 조성하는 제안도 나왔다.

이해경 시민행복발전소 소장은 “초고령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치매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치매환자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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