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들의 울림’과 공간의 미학 그리고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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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들의 울림’과 공간의 미학 그리고 인류세
광주비엔날레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추천하는 작품 9선
2024년 07월 24일(수) 15:10
박미미 작 ‘circuit’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존재 의미가 있다. 또한 모든 존재는 나름의 울림이 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에날레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마당이라는 장소에서 신명의 울림을 공유했던 우리 전통문화에서 착안했다.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생명체와 사물의 관계를 어울림이라는 관점으로 톺아본다. 특히 판소리를 매개로 공간을 탐색하며, 아울러 오늘날 전 지구적 화두로 대두된 인류세 문제를 담아낼 예정이다.

비앙카 봉디 작 ‘The Antechamber’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한국의 판소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땅과 관련된 장르라는 특성 때문”이라며 “지역과 지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판소리를 비엔날레 형식에 차용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에서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인 환경, 생태 등을 구현해 온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음은 예술감독이 추천하는, 9명 작가와 작품 9선이다.



▲ 박미미= 박 작가의 설치작품은 연관성 없는 세계가 서로 공존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circuit’는 관련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하나의 회로처럼 보이는지 주목한 작품이다. 소품을 토대로 구현됐으며, 접근이 가능한 하나의 소우주로 완성되는 장면은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 조세파 응잠= 작가는 다양한 인터넷과 자연과학 서적, 사진 아카이브 등에서 자료를 수집 후 이를 재조합한다. 이를 매개로 정체성 내지 인종을 품은 헤게모니를 해체한다. 생물 발광 유기체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Myceaqua Vitae’는 우주에서 바다를 펼쳐놓은 듯한 장면으로 시선을 끈다. 과학과 기술, 미학 사이에 드리워진 서사, 공간에 대한 신화 등에 질문하게 하는 작품이다.

▲ 비앙카 봉디= 비앙카 봉디는 시각을 초월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The Antechamber’는 이격된 사물들이 액체와 하얀 소금 언덕으로 둘러싸여 연결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상호 연결성, 덧없는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수렴되는데 생태학과 오컬트 과학을 결합한 아우라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 카트야 노비츠코바= 노비츠코바는 생물학과 진화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특히 데이터 이미지를 GIF로 조합한 작품은 야생동물의 사진, 천문학, 달팽이 배아 등이 빠르게 교체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미지 과잉에도 시적인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다. 이미지 논리를 비롯해 기계와 사람, 이미지 과잉 등 이미지들 간의 관계에 숙고를 요한다.

▲ 야콥 K 스틴센= 작가는 몰입형 환경을 통해 환경과 관계를 파괴하고 재구성하는 생태학적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습지 또는 그 주변을 토대로 건설됐지만, 습지는 방대한 역할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Berl-Berl’은 늪을 모티브로 현대 도시의 기반인 습지에 의미있는 시각을 부여한다. 그가 구축한 가상의 늪은 현장에서 반응하는 사운드와 숨을 쉬고 박동한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 사디아 미르자= 프로젝트 ‘Iceberg Collisions’는 사운드 이미지 매핑을 매개로 남극의 빙하 충돌 소리를 연구하는 프로젝트. 빙산 깊은 곳에서 발생한 균열로 빙하가 진동하는 소리를 데이터로 들려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의 분화를 재현한 설치 작품은 지구의 풍경에 대한 의미있는 기록이다.

▲ 맥스 후퍼 슈나이더= 작가는 생물 다양성과 역동성을 토대로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다. 사물과 폐기물들, 얼어붙은 산호초를 대립해 인류세 생물을 위한 대안 생태계를 구현한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은 작가에 의해 다른 순간들을 보여주고, 아울러 파괴를 딛고 또 다른 생명을 품는 지대로 전환한다.

▲ 마르게리트 위모= 위모는 선사시대부터 미래 세계를 관통하는 오래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 소리, 조각,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종의 멸종이나 멸종된 풍경이 남긴 여백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특히 작가는 판소리라는 주제에 맞게 북을 설치 작품의 중심으로 두고, 소리꾼 이날치와의 협업을 한다. 소멸한 판소리를 복원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해석을 유도한다.

▲ 이예인= ‘System of In-between State’ 시리즈는 사이보그적 형태를 이루는데 혼종성과 취약성을 상징한다. 인간과 기술 구조를 결합한 조형물은 새로운 형태로 살아날지, 아니면 쇠퇴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작가는 버려진 제품에 전기 케이블, 접착제 등을 융합해 조형물을 만드는데 빠르게 전개되는 기술산업에 대한 반문을 제기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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