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일하는데…소송·폭행 시달리는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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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하는데…소송·폭행 시달리는 소방관들
광주·전남 소송 매년 증가세…폭행사건도 잇따라
피해자들 ‘소방관 탓’에 적극 현장 대응 차질 우려
소방본부 ‘변호사 소방관’ 운영 법률 자문 등 제공
2024년 07월 03일(수) 20:40
/클립아트코리아
#순천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 지난해 1월 야생사슴이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은 날뛰는 사슴을 겨우 포획해 야생으로 돌려 보냈지만, 소방대원들에게 돌아온건 소장이었다. 포획과정에서 사슴이 그물망을 찢고 달아나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차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소방대원의 과실로 차량이 파손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가 “출동한 소방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해 일단락 됐지만 소방대원은 “사슴 포획 과정에서 어깨, 무릎 등을 다쳤는데도 법정까지 가게 돼 허탈하다”고 전했다.

#화순군 춘양면 춘양정수장에서 지난해 7월 누수 관로를 수리하던 수리업체 직원 등 3명이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사고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도 고소장을 받았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40대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결국 숨졌다.

A씨 유족은 “소방대원들의 과실 탓에 A씨가 숨졌다”고 주장하며 소방대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로 고소했다.

경찰은 소방대원들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처분했지만,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소방대원 4명 역시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면서“유족들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고소장이 돌아오면 자괴감이 들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화재·구급 업무를 맡고 재난현장에 최일선으로 투입되는 광주·전남 소방관들이 각종 소송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관들이 업무 중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적극적인 현장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간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소방관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22년 2건, 2023년 4건으로 모두 6건이다.

■소송 사례 들여다보니

·포획 중이던 야생 사슴, 주차된 차 훼손

·정수장 관로 내 작업자 일산화탄소 중독

·구급 이송 과정에서 환자 사망했다고


소송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광주·전남 소방관들은 업무 수행 중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구급 이송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이 구급대원을 상대로 직무유기나 업무상과실치사로 고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 소방 관계자는 “소방공무원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소송을 당하면 아무래도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구급 활동 중 구급대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 역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소방관 폭행은 2021년 8건, 2022년 11건, 2023년 5건이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벌써 6건의 폭행이 발생했다.

소방청은 업무 중 손해배상청구나 폭행을 당해 소송에 휘말린 소방 공무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 시도 소방본부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을 소방관으로 채용하는 ‘변호사 소방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 활동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원들이 법률적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송무까지 맡아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소방본부 역시 2015년 1명씩 변호사 자격이 있는 소방관을 채용했다. 전남소방본부에는 변호사 소방관 한 명이 소방감사담당관실에 소속돼 법률 자문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광주소방본부의 변호사 소방관은 승진 과정에서 법무와 관련 없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대원에게 소송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기관별로 관련 부서에서 고문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대원들이 업무 수행 중 소송 등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개인이 사비로 바디캠을 구매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개인이나 일선서에 사건 처리를 맡기는 것보다 본부가 나서 법적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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