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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조사 보완 위해 2기 진상조사위 출범 필요
5·18 진상보고서 이대론 안 된다 <3>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
보고서 폐기·대폭 수정 불가능
과거사위 등 사례 근거 후속조사
법령 개정 통해 진실 규명하고
부끄럽지 않은 역사 만들어야
2024년 05월 29일(수) 20:45
29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청년학술콘서트 ‘민주·인권의 기억은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행사에서 민주·인권의 담론 및 정신 계승 활동이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내용으로 토론을 벌였다. <5·18기념재단 제공>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부실한 조사를 수록해 왜곡·폄훼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종합보고서 폐기의 주장이 오월단체, 오월 전문가 등 광주지역 사회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점에서 여러 대안이 대두되고 있다.

5·18진상조사특별법상 종합보고서 발간은 법적 의무로 규정돼 있어 실제로 보고서를 폐기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종합보고서 발간 이후 부실했던 진상조사위 조사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2기 진상조사위를 출범시키는 안이 지역사회 뿐 아니라 각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제2기 진상조사위를 출범할 경우 정부 조사 기관으로서 청문회, 동행명령 발부 등 법적 권한을 보장받아 조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 2기 조사위를 꾸려 조사 내용을 보완하는 사례가 참조된다.

사참위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꾸려진 1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근간으로 한다. 특조위는 활동 기간 동안 인력·예산을 대폭 감축당하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법 시행일을 기준 삼아 조직을 해산하는 등 당시 정부·여당의 방해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결국 여·야는 관련법을 개정해 2018년 사참위를 출범하고 가습기살균제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진화위 또한 2020년 관련법 개정으로 10년만에 2기 조사위를 출범했다. 과거 2006~2010년 진행된 1기 조사위의 조사 이후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유족회, 학계·시민사회 및 국회에서 미신청·미조사 사건에 대한 추가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제2기 진상조사위를 꾸리려면 진화위, 사참위의 사례처럼 먼저 법령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기존 진상조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5·18과 관련한 ‘계엄군 자위권 발동설’, ‘북한군개입설’ 등 왜곡이 급증한 데 대해 여·야 합의를 통해 5·18진상조사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출범했다. 새 진상조사위를 꾸리려면 마찬가지로 여·야의 합의는 물론 법 개정을 위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2기 진상조사위 출범 시 앞선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체계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사 개시에 앞서 조사 일정과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기존 진상조사위는 활동 2년차가 되도록 기존 자료 수집·분석을 마치지 못해 본 조사가 늦어지고, 청문회 개최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열리지 못하는 등 당초 계획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광주 지역 인사들을 조사관으로 채용해 성과 없이 활동기간 4년 여를 허송해 ‘진상조사위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조롱을 들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전원위원회 합의에 의한 진상조사 의결 방식도 재고 대상이다. 법원 판결을 통해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것으로 굳어졌던 ‘권용운 일병 사망 사건’이 국민의힘 추천 진상조사위원의 지적에 ‘사인을 알 수 없음’으로 뒤바뀌는 등 위원 간 의견 충돌로 명백한 사실조차 뒤집히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기존 진상조사위가 ‘제로 베이스’부터 재조사하는 방식을 택해 조사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던만큼, 제2기에서는 기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비했던 점에 대해 추가 조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청문회, 동행명령 발부 등 법적 권한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우식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진상조사위 활동은 단순한 진상 규명을 넘어 국가폭력 역사를 풀어가는 방법과 길을 제시하는 모범 사례가 돼야 했다”며 “기존 진상조사위 활동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후속 조사를 위해 명확한 조사계획과 방향, 조사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