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계자 한정 안장”…“민주열사까지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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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관계자 한정 안장”…“민주열사까지 확장해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5·18 구묘역 안장 대상자 범위 논란 재점화
1987년 이한열 열사 때부터 논란…광주시 통합조례 제정에 다시 불거져
오월단체 “구묘역 정체성 잃어”…시민단체 “민주화의 상징 의미 살려야”
2024년 05월 22일(수) 19:45
5·18 영령과 민족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광주시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망월묘지공원 3묘역) 전경.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30여년 이어져 온 5·18 구묘역의 ‘안장 범위’ 논란이 재점화했다.

최근 5·18민주화운동 통합조례가 제정되면서 ‘안장 범위’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세부적인 안장 기준을 세울 필요가 생기면서다.

광주시의회는 최근 5·18 통합 조례(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구묘역 안장 기준 및 절차, 구묘역 안장심의위원회 구성·운영 등 세부 사항을 시장에게 정할 것을 명시했다.

5월 단체는 지속적으로 안장자를 5·18 관계자로 한정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민주 열사까지 안장자를 확장할 것을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광주시 북구 망월동에 있는 5·18 구묘역은 1980년 5월 신군부가 5·18 희생자들의 주검을 청소차에 싣고와 처리하려고 조성한 공간이자 희생자들이 처음 묻혔던 시립묘지다.

1976년부터 광주시 시립묘지로 조성돼 왔으며 1980년 5·18 희생자 126구가 안장되면서 5·18 묘역으로서 굳어졌다. 이후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가 새로 마련되면서 희생자들의 묘는 이장됐다.

구묘역에는 총 497기의 묘소가 있으며, 5·18 관계자 153기(이장 조치된 가묘 142기 포함), 민주열사 60기(가묘 5기), 민주화운동 관련자 3기 등이 안장돼 있다. 당초 시립묘지였던 만큼 일반인도 229기 안장돼 있으며, 남아 있는 빈 묘소는 52기다.

민주열사 중에는 1987년 6·10민주항쟁 과정에서 산화한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를 시작으로 1991년 노태우 정권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분신한 박승희 열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분신한 최현열 열사, 박근혜 정부 시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 열사 등이 묻혀 있다.

구묘역 안장 대상자 논란은 1987년 이한열 열사가 묻힐 때부터 37년째 이어져 왔다.

5월 단체 측은 안장 대상을 ‘민족·민주열사’에서 ‘5·18 및 관련 진상규명 등 활동을 한 인물’로 명시해 범위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족민주열사를 계속해서 안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5·18유공자보다 민주유공자의 비중이 더 커지고 구묘역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우려에서다. 구묘역이 포화된 상태에서 민족민주열사를 계속 받다 보면 유공자들이 묻힐 곳이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반면 광주전남추모연대 측은 이한열 열사 때부터 이미 5·18관계자뿐 아니라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한 열사들을 함께 안장하고 있어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속적인 추가 안장을 통해 민주화 성지로서 의미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구묘역 안장 대상자는 5·18기념사업위원회에서 심의 후 안장 결정해 왔으며, 내부 심의 기준만 있을 뿐 조례 등으로 법령화된 안장 기준은 없다. 기념사업위가 마련한 내부 심의 기준은 5·18 유공자, 민주화운동 활동 현장에서 사망했거나 그 피해가 원인이 돼 사망한 자, 민주화에 특별한 공헌이 있는 자 등 포괄적으로 돼 있다.

광주시는 지난 13일 5월 단체, 시민사회 단체 등과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관련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이 때도 통합관리동 위치 조정, 국립5·18민주묘지와 연결되는 지하차도 신설 등 시설 설치에 대한 내용만 조율되고 안장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광주 시민단체는 5·18 유족과 광주시민, 오월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22일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토론회 ‘기억의 터로서 망월동 묘역을 다시 생각하기’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봉국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는 “망월묘역은 국가에 의해 배제되고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의 장소였으며, 동시에 그들을 통해 기존의 이데올로기적이고 편협한 국가주의 공공성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임계점이었다”며 “망월묘역에 잠든 ‘열사’들과 일상적인 사회적 틀, 규범, 가치로부터의 일탈을 감행했던 수많은 순례자들의 흔적은 5·18과 망월묘역이 결코 1980년 5월에 정박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추모연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매달 한차례 지속적인 민족민주열사 묘역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추모연대 관계자는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서 정체성을 세우자고 강하게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라, 5월 당사자와 시민 등과 시간을 갖고 설득해 나갈 문제라고 본다”며 “안장자 기준이 정확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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