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12기 리더스아카데미] 박한선 서울대 교수 ‘진화인류학적 관점서 본 노화’
“지식 전달 통해 인류 진화…노인 가치 높아져”
수십만 년 이어온 지식 전달
이번 세대에 끊어지고 있어
혼자만 오래 사는 건 무의미
미래세대에 뭘 전할지 고민을
수십만 년 이어온 지식 전달
이번 세대에 끊어지고 있어
혼자만 오래 사는 건 무의미
미래세대에 뭘 전할지 고민을
![]()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서울대 교수가 지난 14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12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으로 ‘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제12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가 지난 14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신경인류학자인 박한선<사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살펴 본 ‘노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그동안 KBS ‘쌤과 함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 다수 출연해 인문학 강연을 펼쳐왔다.
“우리는 왜 죽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한 박 교수는 고등 동물인 인간은 우월한 지능을 가졌지만 죽도록 진화됐다고 설명했다. 즉 진화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죽음을 선택했으며 죽지 않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영원히 산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수명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인간은 일찍 번식하고 성장해 일찍 죽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개체가 인구 집단을 이뤄 더 많이 증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은 진화적으로 적합한 형식이 아닌거죠.”
박 교수는 인간이 늙는 이유에 대해 ‘선택적 현상’을 소개했다. 젊은 나이에는 건강을 유지해 자식을 낳아 번식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돼 있다. 이후 나이 들어서 병에 걸리는 사람은 이미 자식이 다 컸지만, 좋지 않은 유전적 형질을 자식에게 계속 물려주게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다양한 질병에 걸린다. 몸이 닳거나 늙어서 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일정 나이까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다양한 질환에 걸리는 것이 늙는 이유다.
“인간은 만숙성(晩熟性)을 가진 동물이라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 동물과 달리 오랫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합니다.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20%이상 수명이 길어졌는데, 인간은 마지막으로 낳은 아기가 건강하게 생존할 때까지 계속 살아야 돼 수명이 길어졌습니다.”
특히 박 교수는 수명 연장 현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3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진화를 하며 사냥을 어디서 하면 될지, 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 저 산을 넘어가면 무엇이 있을지 등의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리듬이 됐습니다. 문자 언어가 없던 시절 지식은 오로지 나이 든 개체가 일생동안 경험했던 점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전수됐어요. 그러면서 다음 세대가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 거죠. 문화적인 진화와 함께 노인의 생명 가치가 크게 높아지게 된 겁니다.”
박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손주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자신의 자원을 친족에게 더 많이 집중하고 싶어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친족에게 자신이 젊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지도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젊은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가 수십만 년 동안 만들어왔던 세대 간 지식 전달을 통해 번식하고 생존하던 과정이 이번 세대에 와 끊어지고 있어요. 문명사회의 새로운 현상들이 우리들에게 인위적인 방식으로 집단 전체의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릅니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은 각각 더 건강하고 오래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삶의 의미가 얼마나 더 큰가하는 점에서는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 줄 다음 세대가 없다면 혼자만 열심히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고민해볼 것을 강조했다.
“우리가 당장 이득을 보고, 오래 살아 더 많은 번영을 이루는 게 사명이 아닌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에 무엇을 더 건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합니다. 인류학적인 과정을 돌아보며 미래 발전을 위해 우리 세대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광주일보 제12기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행사는 오는 28일 광주시 남구 임암동 복합문화공간 어반브룩에서 음악회가 펼쳐진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이날 강연은 신경인류학자인 박한선<사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살펴 본 ‘노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그동안 KBS ‘쌤과 함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 다수 출연해 인문학 강연을 펼쳐왔다.
“영원히 산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수명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인간은 일찍 번식하고 성장해 일찍 죽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개체가 인구 집단을 이뤄 더 많이 증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은 진화적으로 적합한 형식이 아닌거죠.”
박 교수는 인간이 늙는 이유에 대해 ‘선택적 현상’을 소개했다. 젊은 나이에는 건강을 유지해 자식을 낳아 번식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돼 있다. 이후 나이 들어서 병에 걸리는 사람은 이미 자식이 다 컸지만, 좋지 않은 유전적 형질을 자식에게 계속 물려주게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다양한 질병에 걸린다. 몸이 닳거나 늙어서 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일정 나이까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다양한 질환에 걸리는 것이 늙는 이유다.
특히 박 교수는 수명 연장 현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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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손주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자신의 자원을 친족에게 더 많이 집중하고 싶어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친족에게 자신이 젊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지도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젊은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가 수십만 년 동안 만들어왔던 세대 간 지식 전달을 통해 번식하고 생존하던 과정이 이번 세대에 와 끊어지고 있어요. 문명사회의 새로운 현상들이 우리들에게 인위적인 방식으로 집단 전체의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릅니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은 각각 더 건강하고 오래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삶의 의미가 얼마나 더 큰가하는 점에서는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 줄 다음 세대가 없다면 혼자만 열심히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고민해볼 것을 강조했다.
“우리가 당장 이득을 보고, 오래 살아 더 많은 번영을 이루는 게 사명이 아닌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에 무엇을 더 건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합니다. 인류학적인 과정을 돌아보며 미래 발전을 위해 우리 세대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광주일보 제12기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행사는 오는 28일 광주시 남구 임암동 복합문화공간 어반브룩에서 음악회가 펼쳐진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