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하고 포인트 쌓고…“고물가 속 짭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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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하고 포인트 쌓고…“고물가 속 짭짤하네”
광주 5개 자치구 ‘AI 재활용품 회수 로봇’ 이용객 증가세
페트병 개당 10원 적립 ‘쓰테크’ 인기…교통카드 등 활용
2024년 05월 12일(일) 18:55
12일 시민들이 광주시 북구 전남대 후문 앞에 설치된 페트병 회수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고물가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일명 ‘쓰테크’(쓰레기로 돈버는 재테크의 합성어)가 광주에서 인기다.

공병을 팔면 돈을 받는 것처럼 ‘인공지능(AI) 재활용 회수 로봇’(회수로봇)을 통해 캔이나 페트병을 돈으로 환전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과거 노인들이 주로 했던 재활용품 모으기를 어려운 가계 경제에 보태기 위해 주부들까지 나서고 있다.

12일 광주지역 5개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시에 설치된 회수로봇은 총 63개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5곳의 회수로봇이 포화상태(80~100%)를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고물가에 버려지는 페트병 하나도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늘어 환경보호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에서는 지난 2021년 도입과 함께 5803명이 이용했고 2022년 8218명, 2023년 916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2022년 절반 수준인 4003명이 회수 로봇을 찾았다. 서구 역시 2021년 5494명에서 2023년 7123명으로 늘었고 남구는 2021년 4461명에서 2023년 1만 3569명으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회수로봇을 도입한 북구는 첫 해부터 9550명이 이용했고 올해는 1분기만에 4280명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산구는 도입 당시인 지난해 12월 35명이 이용했지만 올해 4월까지 700명 이용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8일 찾은 광주시 북구 양산호수공원에는 회수 로봇을 이용하기 위해 주부들이 양 손에 페트병이 담긴 장바구니와 박스 등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 이연주(여·51)씨는 집 앞 산책 삼아 호수공원에 나오면서 모아둔 페트병도 함께 들고 나온다며 “고물가에 쓰레기도 버리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웃어보였다.

이씨는 “수개월 전부터 회수 로봇 어플에 캐시비 카드를 연결해 아이 등·하교 교통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총 1만 4000원을 적립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윤지혜(여·49)씨는 환경보호 교육을 위해 자녀와 함께 회수 로봇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집에서 깨끗이 씻어 라벨까지 벗겨온 페트병을 들어 보이며 “아이에게 페트병 재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한푼 두푼 모아 소소하게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 방법은 각자 다양했다. 집과 가까운 회수 로봇을 찾는 이들도 있었고 자동차에 페트병을 모아서 한번에 처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병국(45)씨는 “3주 전 타지역 여행 중에 다 쓴 페트병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다가 회수 로봇을 발견한 뒤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호기심에 회원가입 후 기계를 이용했고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걸 보니 흥미를 느끼게 됐다”면서 “차에 페트병을 담는 바구니를 싣고다니다 기계가 보일 때마다 처분하고 있다”고 했다.

회수로봇은 모바일 앱을 통해 회원가입을 하고 계좌 또는 캐시비 카드를 어플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다.

캔이나 페트병 하나 당 10원이 적립되며 하루 최대 300원(30개)을 받을 수 있다. 앱 내 지도로 설치된 기계의 포화 정도를 알 수 있어 방문 전 확인도 가능하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지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캔이나 페트병 하나를 처리하는 데 5초 이상 걸리는 탓에 대기시간이 길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이용자는 “업체가 하루에 한번씩 기계에서 페트병을 수거하는데, 이용자 수가 많은 곳은 오전 중에 가득 차버려 이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단단한 페트병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뱉어내 집으로 다시 가져가기도 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어 “한사람 당 최대치인 페트병 30개를 한꺼번에 넣다보니 한 기계에 2~3명이 줄을 서서 기다릴 때는 40분까지 대기하기도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치단체는 회수로봇에 대한 개선의견을 반영해 활용도를 높힐 방안을 찾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다보니 한푼이라도 아끼려 많은 분들이 기계를 이용하시는 것 같다. 설치 대수가 많지 않고 하루 한번 수거라는 한계가 있지만 개선점을 찾아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하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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