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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솔라시도 ‘산이정원’] 산이 정원되고, 바다는 호수되고…16만평 간척지의 기적
공유수면 매립해 정원형 식물원 조성
4년간 9개 정원 조성…4일 공식 개장
가평 수목원 정원사 이병철 씨 작업
1000여 종 꽃·나무, 작가 조형물 시선 강탈
수려한 경관 속 지붕 없는 미술관 방불
친환경 놀이시설 등 어린이 열린 공간도
2024년 04월 30일(화) 19:55
산이정원의 노리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이일호 작가의 ‘변형된 큐브’는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다.
‘산이 곧 정원이 되다.’

신록의 계절인 5월, 해남에 전남 최초의 정원형 식물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솔라시도 기업도시 초입에 둥지를 튼 ‘산이정원’(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641-1)이다. 해남군 산이면의 지명인 ‘산이’에 들어선 정원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곳은 4년간의 공정을 마치고 오는 4일 개장한다. 총 52만8천925㎡(16만평)의 부지를 1, 2단계로 나누어 오는 2025년 5월까지 추진하는 9개의 정원 중 태양의 정원에 이어 두 번째다.

광주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분 정도 달리니 해남군 기업도시 솔라시도(태양을 뜻하는 solar와 바다를 뜻하는 sea의 합성어)에 다다른다. 취재차 방문했던 날은 막바지 주차장 정비 공사가 한창이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개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활기가 넘쳤다. 공유수면 등을 매립해 관광·레저·산업·주거가 어우러진 서남권의 명품도시를 표방한 이 곳은 4년 전 첫삽을 뜬 산이정원이 완공되면서 최근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산이정원(1단계)은 기억존(Zone, 생명의 바다와 땅을 기억하며), 미래존(미래의 정원을 꿈구며), 생명존(생명의 치유와 회복을 바라며)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기억존은 바닷물이 호수가 된 과거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곳으로 맞이정원, 노리정원, 물이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산이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광활한 대평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압도적인 스케일이 눈에 띈다. 과거 바다였던 산이면의 장소성을 알리기 위해 파도를 연상케 하는 맞이정원이다. 마치 바닷물이 갈라지듯 흩날리는 사초들이 산이정원에 첫발을 내딛는 방문객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그 옆에는 바다로부터 올라온 구릉의 지형을 살린 노리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은 무한한 미래와 자유로운 사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다.

산이정원의 동화정원에 자리한 이영섭 작가의 조형물 ‘어린왕자’.
수십 여 종의 꽃과 나무를 감상하며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기면 바닷물이 호수가 된 물이정원이 나온다. 호수를 건너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에 들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는 데, 산이정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물이정원에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 세대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를 설치했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에 나올법한 친근한 모습이다.

미래존의 약속의 정원에 설치된 웨딩가든(Chapel) 전경.
기억존에서 더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면 미래존이 기다린다. ‘미래의 정원을 꿈꾸며’를 내건 이 정원에는 동화정원, 흐름원(Flow Garden), 하늘마루(Gallery Garden), 약속의 정원, 웨딩가든(Chapel)이 조성돼 있다. 동화정원에는 어른들의 어릴 적 꿈을 찾아주고, 미래 어른이 될 어린이들에게는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으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형상화했다. 흐름원은 자연의 원형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시적인 볼거리인 일년초 대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피고 지는 다년생의 꽃을 통해 지속가능한 화단을 표현했다.

미래존의 색깔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은 바로 약속의 정원이다. 특히 이 곳에는 자연과 인간의 약속을 2개의 설치물에 담아 시각화한 ‘약속의 숲’과 ‘웨딩가든’이 자리하고 있다. 약속의 정원 입구에 조성된 ‘약속의 숲’은 이름 그대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청정구역으로 안내한다. 그도 그럴것이 참가시, 황칠나무, 동백나무와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느티나무 등 2050주의 탄소저감수종이 식재돼 있다.

약속의 숲을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산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웨딩가든이 펼쳐진다. 정상에 자리잡은 순백의 사원(Chapel)과 신부의 방 등 두 개의 설치물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흔들릴 것 처럼 하늘하늘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이정원의 정상에 웨딩가든을 건립한 이유는 ‘약속’을 상징하는 장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식에서 사랑을 서약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결혼식 장소로 애용되는 외국의 성당을 이곳에 짓기로 한 것이다. 웨딩 가든 옆에는 신부 대기실인 또 하나의 화이트 룸이 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신부들은 푸른 하늘과 초록빛 정원,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잊지못할 순간을 맞는다.

하늘마루 정상에 서 있는 ‘인간의 다리’(Bridge of human, 유영호 작)는 가로 16m, 높이 4,57m의 초대형 설치작품으로 산이정원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다.
미래의 존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은 하늘마루 정상에 서 있는 ‘인간의 다리’(Bridge of human, 유영호 작)다. ‘그리팅 맨’으로 잘 알려진 유 작가의 ‘인간의 다리’는 고개와 상체를 15도 숙이고 팔을 길게 늘린 거인의 어깨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소통하는 형상이다.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자인 거인은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고 이어주는 인간의 다리이자 만남의 광장인 것이다.

산이정원의 뮤지엄가든(왼쪽)과 지구본을 연상케 하는 이재효 작가의 조형물.
산이정원의 또다른 강점은 어린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다. 정원의 초입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어린 왕자’에서부터 친환경 놀이시설, 거미의 숲, 비밀의 숲 등 색다른 즐길거리가 많다.

특히 1000여 종에 달하는 희귀한 꽃과 나무는 산이정원의 제1 자산이다.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여 년간 정원사로 일한 이병철 산이정원 대표의 땀으로 일군 정원은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의 정원이자 예술작품이다. 실제로 산이정원 곳곳에는 산과 구릉, 꽃과 나무, 물과 예술을 접목한 아티스트 이명호의 ‘비밀의 정원’, 이재효의 ‘0121-1110=116501’, 이일호의 ‘변형된 큐브’, 어호선의 ‘상상의 숲, 2022’ 등의 조형물이 설치돼 ‘지붕없는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김준옥 산이정원 마케팅팀장은 “앞으로 가든 페스티벌 등 이벤트뿐만 아니라 가드닝 교육, 정원 해설, 가든뮤지엄 전시회, 자연 치유 힐링 프로그램 등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이정원은 보성그룹, 전남도, 전남개발공사 등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의 솔라시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산이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추천코스는 맞이정원을 시작으로 노리정원~산이폭포~흐름원~하늘마루~나비의 숲~날씨사냥꾼의 정원~생명의 나무~가든뮤지엄~약속의 정원~물이정원~동화정원이다. 소요시간은 3시간(총 2km). 관람료는 성인 기준 평일 1만원, 주말 1만 2000원이다. 4일 열리는 개장식은 무료 입장이 기능하다.

/해남=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