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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 압박…전공의 의료현장 돌아올까
정부 연일 강경책…광주·전남 전공의 282명에 업무개시 명령
“의대증원 반발 사직서 제출은 정당한 사유 없어 법적 처벌 가능”
2024년 02월 21일(수) 19:15
의료대란이 현실화 된 21일 광주시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전남 전공의 70%가 넘는 인원이 이틀째 병원에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의사면허 정지’라는 강경책이 전공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고발하고 의사면허 박탈이 현실화할 경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1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현재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총 376명(전남대병원 268명, 조선대병원 108명)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공의 282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보냈다.

100여명의 전공의 가운데 일부는 휴가 기간 중이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잠시 병원에 들렀다 다시 병원을 빠져나가는 등 애매한 자세를 취하며 사태 추이를 살피고 있다.

의사들은 ‘개인적 사유’로 사직을 한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연일 집단행동을 보이는 전공의에게 의사면허 정지 및 박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처벌의 관건은 ‘정당한 사유’의 해석이라고 설명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진료거부’라 함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필요한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의료인이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정당한 사유로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해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 ▲병상·의료인력·의약품·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해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의사들이 정당한 진료거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을 알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의료법이나 제반 규정을 두루 살피고 이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사직서 제출의 실질적인 이유는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고 개인적 사유는 법률적 책임을 면탈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다. 사직서 제출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해석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자격 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결국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해 형사 고발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 취소와 함께 재교부 금지 기간도 5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편을 동원하고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송달’을 받지 않으면 명령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휴대전화를 꺼두는 전공의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시명령 당사자가 송달 받아야 명령서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명령서가 반송되면 효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모든 언론에서 현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정부의 행정명령을 피할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끈다면 송달의 효력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어떤 형태의 집단행동이든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의료법 위반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