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성 60년 화업 반추…전남도립미술관 초대전 성료
‘우주 가족이야기’ 주제… 3달간 2만5000여명 관람
회화·설치 110여점, 최신작 ‘세가족 은빛가족’ 등 인기
회화·설치 110여점, 최신작 ‘세가족 은빛가족’ 등 인기
![]()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가 지난 18일 성료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그의 그림은 평화롭다. 그림은 하나의 울타리이다. 초가와 황소, 가족이 ‘하나’를 이룬다. 거기에는 누구도 소외된 이가 없다. 모두 대등한 관계여서 위계 또한 없다. 그러므로 화폭에서 자연스레 생명공동체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황영성 화백. 그는 평생 가족을 모티브로 일관된 화업을 일궈왔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그 가족의 범주는 무한대로 확대된다.
작가는 대자연의 뭇 생명들까지, 그 너머의 우주까지도 하나의 가족으로 상정한다.
최근 막을 내린 전남도립미술관의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지난 11월 14일~2월 18일)는 황 화백의 60년 화업을 반추하는 의미있는 전시였다.
회화, 설치, 아카이브 자료 등 모두 110여 점을 선보인 전시에서는 ‘만유공생 세계관’을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톺아볼 수 있었다.
19일 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 따르면 ‘우주 가족 이야기’전 관람객 수는 약 2만5000여명에 달했다. 미술관이 광양이라는 전남 동부에 자리하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전시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작 ‘세가족 은빛가족’ 등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황 화백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시회가 끝나 서운한 느낌도 들고 그렇다. 그럼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잘 마무리돼 만족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금년에는 용의 해인 만큼 용을 중심으로 가족과 용이 결부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청룡의 해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쪽의 색채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알려진 대로 황 화백이 ‘가족’에 천착했던 것은 개인사적인 ‘아픔’ 때문이다. 1941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 무렵 남으로 내려와 광주에 정착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산의 아픔을 깊이 감내하며 작품에 몰두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환기된다.
‘모든 작품에는 페르소나가 숨겨져 있다’는 고전적인 명언을 환기하자면, 그림에 곧잘 등장하는 소의 이미지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순박한 소의 눈망울은 우직하게 화업의 여정을 이어왔던 지난한 세월을 담고 있다.
그는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5년 나주 영산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이후 국선 입선과 6차례 특선,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는다.
이번 전시는 ‘우주 가족 이야기’라는 큰 테마를 축으로 6개 소주제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자연주의 구상회화’(1950년대 말-60년대), ‘회색빛 향토서정’(1970년대), ‘녹색 들녘과 가족’(1980년대), ‘이국여행 고대문명 탐방’(1990년대), ‘만유공존 우주가족’(2000년대 이후), ‘멈출 수 없는 화업정신’(최근작) 등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여러 작품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맞물려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된다는 점이었다. ‘Family Story’, ‘Round Family’, ‘단색 가족 이야기’, ‘새가족 은빛가족’, ‘큰 가족도’ 등이 지지하고 지향하는 것은 모두 ‘가족’이다.
싱그러운 기운을 품은 녹색, 안정감을 품은 회색 등 천지자연 인간과 동식물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작품이 발하는 은은한 미덕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같은 크기의 단색조 선묘나 색을 채운 도상들이 압축되고, 화폭의 일부가 다른 색으로 대체되는 조형적 구성은 오늘의 황 작가를 있게 한 요인들이다.
그는 “체력이 조금 부친 것은 사실이지만 잘 조절해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라며 “창작에 대한 열의는 청년 시절 못지않다”며 웃었다.
한편 이지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만물에 대한 포용과 인류애의 가치를 담은 주제와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의미가 있었다”며 “작가의 작품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황영성 화백. 그는 평생 가족을 모티브로 일관된 화업을 일궈왔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그 가족의 범주는 무한대로 확대된다.
![]() ‘가족 이야기’ |
회화, 설치, 아카이브 자료 등 모두 110여 점을 선보인 전시에서는 ‘만유공생 세계관’을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톺아볼 수 있었다.
19일 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 따르면 ‘우주 가족 이야기’전 관람객 수는 약 2만5000여명에 달했다. 미술관이 광양이라는 전남 동부에 자리하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전시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작 ‘세가족 은빛가족’ 등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금년에는 용의 해인 만큼 용을 중심으로 가족과 용이 결부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청룡의 해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쪽의 색채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알려진 대로 황 화백이 ‘가족’에 천착했던 것은 개인사적인 ‘아픔’ 때문이다. 1941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 무렵 남으로 내려와 광주에 정착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산의 아픔을 깊이 감내하며 작품에 몰두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환기된다.
‘모든 작품에는 페르소나가 숨겨져 있다’는 고전적인 명언을 환기하자면, 그림에 곧잘 등장하는 소의 이미지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순박한 소의 눈망울은 우직하게 화업의 여정을 이어왔던 지난한 세월을 담고 있다.
그는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5년 나주 영산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이후 국선 입선과 6차례 특선,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는다.
이번 전시는 ‘우주 가족 이야기’라는 큰 테마를 축으로 6개 소주제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자연주의 구상회화’(1950년대 말-60년대), ‘회색빛 향토서정’(1970년대), ‘녹색 들녘과 가족’(1980년대), ‘이국여행 고대문명 탐방’(1990년대), ‘만유공존 우주가족’(2000년대 이후), ‘멈출 수 없는 화업정신’(최근작) 등이다.
![]() ‘Round Family’ |
싱그러운 기운을 품은 녹색, 안정감을 품은 회색 등 천지자연 인간과 동식물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작품이 발하는 은은한 미덕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같은 크기의 단색조 선묘나 색을 채운 도상들이 압축되고, 화폭의 일부가 다른 색으로 대체되는 조형적 구성은 오늘의 황 작가를 있게 한 요인들이다.
그는 “체력이 조금 부친 것은 사실이지만 잘 조절해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라며 “창작에 대한 열의는 청년 시절 못지않다”며 웃었다.
한편 이지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만물에 대한 포용과 인류애의 가치를 담은 주제와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의미가 있었다”며 “작가의 작품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