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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값 못 올리니…슈링크·스킴플레이션 ‘꼼수’
식음료 기업, 재료·인건비 상승에 용량·제품 질 낮춰 판매
정부 “정직한 판매행위 아냐…소비자 권익 신장 요구할 것”
2023년 11월 16일(목) 19:00
/클립아트코리아
식음료업계가 고물가 시대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거나, 제품 질을 떨어뜨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기업들은 과자와 음료, 냉동식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해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다”라며 식음료 업계를 경고하고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이 지난 3월 9000원짜리 핫도그 1봉지의 핫도그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다. 제품 무게가 500g에서 400g으로 무려 20% 줄어든 것인데, 별다른 고지 없이 양이 줄어들었다. 이른바 슈링크플리이션(Shrinkflation)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영어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소비자들은 미처 자각하지 못했지만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는 다양하다.

동원F&B는 올해 양반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고 참치 통조림 용량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제품을 1캔당 기존 375㎖에서 370㎖로 5㎖씩 줄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작년 9월 유제품 비요뜨 중량을 143g에서 138g으로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 초코바 핫브레이크 중량을 50g에서 45gg으로 줄였다.

롯데웰푸드 카스타드는 12개에서 10개로, 꼬깔콘은 72g에서 67g으로 각각 줄었다.

뿐만 아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기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도 득새하고 있다.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기업 등이 재료나 서비스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날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올해 하반기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대폭 낮추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은 80%로 줄었는데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됐다.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낮아졌다. 델몬트 포도 주스 역시 과즙 함량이 내려갔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오랫동안 내세우던 치킨 브랜드 BBQ는 지난달부터 튀김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BBQ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해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스킴플레이션’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퀘이커는 그라놀라 초코바의 코코아버터 코팅을 값싼 팜유로 대체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스베리는 올리브스프레드의 올리브오일 함량을 21%에서 10%로 낮췄다. 또 다른 슈퍼마켓인 모리슨은 과카몰리 제품의 아보카도 함량을 80%에서 77%로 조정했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주차장에서 출입구까지 1마일(1.6㎞) 가까운 거리에서 운행하던 트램을 중단해 탐욕스럽게 이윤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력 절감 때문에 소비자가 제공받는 서비스도 이전만 못 한 경우가 많다.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마트에서는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서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46.6%가 ‘뒷사람 눈치’, ‘조작 어려움’ 등 불편을 겪었지만, 인건비 절약을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곳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 저항을 피해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값싼 재료로 질을 낮추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킴플레이션’에 대해선 “그렇게 하는 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라면서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쪽으로 업계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