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동학사죄비 건립…한일 화해·상생 전기로
그제 나주시 죽림동 나주 역사공원에 ‘나주 동학농민혁명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가 세워졌다.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과 시민들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지난 2006년부터 전국 동학 유적지를 답사하는 ‘한일 동학기행’에 참여했던 일본 시민들은 이번 사죄비 건립을 위해 자발적으로 118만 엔(1171만 원)을 먼저 기부했다. 이에 나주시와 한국 시민들도 동참해 마침내 사죄비를 건립할 수 있었다.
이노우에 가츠오 한일 동학기행 시민교류회 대표는 제막식에서 “사죄비는 한일 양국 시민들의 평화와 인권 확립을 향한 결의”라며 “일본인으로서 추도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사죄비 건립에 앞장선 나카츠카 아키라 나라여대 명예교수가 제막식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학농민군 토벌 전담 부대였던 일본군 후비(後備)보병 제19 대대는 1895년 1~2월 나주 호남초토영(현 나주초등학교)에 35일간 주둔하며 동학농민군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나카츠카 교수가 발굴한 쿠스노키 상등병의 ‘종군일지’에 일본군의 만행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일본인 명의로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가 세워진 것은 국내에서 나주가 처음이다. 일본 토벌군에 의해 농민군들이 학살당한지 128년 만의 일이다. 비문은 “한일 두 나라 지식인과 시민들간의 우정과 연대를 통해 세워지게 된 이 조그마한 사죄의 비가 지식인과 시민 연대를 뛰어넘어 동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양국 시민들의 바람을 명기했다.
사죄비 건립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이뤄진 의미있는 결실이다. 한일 지식인과 시민들이 뜻을 모아 세운 사죄비 취지를 살려 두 나라의 화해와 상생을 모색하는 전기(轉機)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학농민군 토벌 전담 부대였던 일본군 후비(後備)보병 제19 대대는 1895년 1~2월 나주 호남초토영(현 나주초등학교)에 35일간 주둔하며 동학농민군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나카츠카 교수가 발굴한 쿠스노키 상등병의 ‘종군일지’에 일본군의 만행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사죄비 건립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이뤄진 의미있는 결실이다. 한일 지식인과 시민들이 뜻을 모아 세운 사죄비 취지를 살려 두 나라의 화해와 상생을 모색하는 전기(轉機)로 삼아야 할 것이다.